여성경찰관 피난소 돌며 순찰·상담…이코노미석증후군 예방 활동도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서 연쇄 지진 때문에 수십 명이 희생됐지만, 강진을 이기고 첫 울음을 터뜨린 아기들도 있다.2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16일 오전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직후 미야무라 지에코(宮村知惠子·34) 씨는 구마모토 시내의 한 병원에서 둘째 딸을 낳았다.
미야무라 씨는 14일 오후 발생한 규모 6.5 지진이 본 지진이고 남은 것은 여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바지 진통 중 훨씬 강력한 지진을 겪었다.
갑작스러운 진동에 그는 분만대에서 떨어질 뻔했는데 다행히 곁에 있던 조산사가 잽싸게 붙잡아줬다.
미야무라 씨는 온 힘을 다한 끝에 강진이 발생한 지 약 13분 만인 16일 오전 1시 38분께 3.03㎏의 딸을 낳았다.
출산을 마칠 무렵 강진으로 분만실은 의료 기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난장판이 됐고, 수도 공급마저 끊긴 가운데 전원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미야무라 씨는 “이렇게 어려운 때에 태어난 아기다. 씩씩하게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이 병원에서는 모두 4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후쿠야마 아스카(福山明日香·18) 씨도 지진이 휩쓴 병원에서 아기를 낳았다.
그녀는 16일 오후 진통이 시작되자 구마모토시의 한 산부인과를 급히 찾아갔는데 분만실은 바닥이 금이 가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병원 측은 임시방편으로 제왕절개 수술실로 후쿠야마 씨를 안내했고, 20분 만에 체중 2.4㎏의 아들을 낳았다.
당시 오이타(大分)현에 있어 출산 현장을 지키지 못한 남편은 6시간 걸려 겨우 병원에 도착했고 뒤늦게 생명 탄생의 감격을 나눴다.
도쿄신문은 결혼을 약속한 커플이 무너진 집에 함께 깔렸다가 구출된 이야기도 전했다.
회사원 (久永大悟·31) 씨는 지진 때문에 약혼녀인 도치하라 단(회<又대신 万이 들어간 板>原暖·30) 씨가 걱정돼 찾아갔다가 함께 생사의 고비를 맞았다.
구마모토현 미나미아소무라(南阿蘇村)에 있는 도치하라 씨의 집에서 나란히 이불을 펴고 자던 중 16일 오전 발생한 강진에 집이 무너진 것이다.
이들은 서로 얼굴도 볼 수 없는 상태로 잔해에 깔렸지만, 용기를 잃지 않았고 이웃 사람이 근처에 왔을 때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러 마침내 구출됐다.
도치하라 씨는 집이 무참하게 무너졌지만 가장 두려운 순간에 함께 있어 준 약혼자에 대한 고마움과 구출된 기쁨 때문인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피난민을 위로하고 절도 등의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여성 경찰관 40명을 포함해 43명으로 이뤄진 특별부대를 편성해 지진피해 지역 피난소를 순찰하고 있다.
이들은 피난민과 대화하여 애로사항을 청취하거나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절도 등의 피해를 예방하도록 주의를 당부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최근 자동차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이들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항공기 일반석에서 장시간 앉아 있을 때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돼 심한 경우 혈액 응고 등으로 사망하기도 하는 증상)을 겪는 사례가 급증하자 피난소를 돌며 예방책을 담은 안내문을 배포하는 기업도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