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70주년 日평화헌법, 아베 개헌 의욕에 ‘흔들’

공포70주년 日평화헌법, 아베 개헌 의욕에 ‘흔들’

입력 2016-11-03 11:30
수정 2016-11-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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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세력 국회 3분의 2차지, 사상 첫 개헌안 발의 가능성

3일로 공포 70주년을 맞은 현행 일본 헌법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개헌 시도에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개헌 찬성 세력이 일본 국회의석의 3분의 2를 넘기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개정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정계에서는 개헌 항목으로는 여러 사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전쟁과 무력행사를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헌법 9조 개정 여부가 특히 주목된다.

◇ ‘점령군이 강요한 헌법’ 주장…개헌론 불 지피기

일본의 개헌 찬성론자들은 1946년 11월 3일 공포된 현행 헌법이 70년이 지나면서 시대에 맞지 않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전쟁, 무력행사,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중국의 해양 진출 확대 등으로 안보 위협이 고조하는 현실을 강조하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또 일본에 군대와 비슷한 조직인 자위대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은 모순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개헌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긍하는 이들도 꽤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은 헌법제정 과정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현행 헌법은 연합국총사령부(GHQ)가 작성한 초안을 토대로 만든 것이며 이는 강요된 헌법이므로 일본인으로 손으로 헌법을 새로 써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아베 총리는 그간 “현행 헌법의 원안을 GHQ의 문외한들이 8일 만에 만들었다”, “헌법 자체가 점령군의 손의 의해 만들어진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우리 자신의 손으로 헌법을 쓰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정신으로 연결된다”며 현행 헌법에 반복해 의문을 제기했다.

헌법 공포 70주년인 3일 일본 주요 언론도 “시대에 맞는 (헌법) 개정을 지향하라” (요미우리신문), “헌법제정은 주권 국가가 외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자주적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 (산케이신문), “헌법에 시대의 정세를 불어넣을 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는 주장을 사설에 담는 등 개헌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 전후 첫 개헌안 발의 환경조성…실현은 아직 불투명

올해 7월 참의원 선거 결과 개헌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참의원과 중의원 양쪽 모두 3분의 2를 넘기면서 개헌은 당장 현실적인 과제로 부상했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전체 의원의 3분의 2가 각각 찬성해야 하는 데 처음으로 이런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내용으로 개헌할지에 관한 의견은 정치권 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가 개헌의 핵심으로 여기는 헌법 9조에 개정에 관해서는 역시 개헌세력으로 분류되는 연립 여당 공명당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일본 국회의원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헌법 9조와 관련된 내용을 개헌 항목으로 꼽은 이들은 48%에 그쳤다.

개헌안이 발의되더라도 국민 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므로 실제 개헌까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교도통신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헌법 9조 개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49%로 찬성(45%)보다 많이 나오는 등 헌법 9조 개정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다.

개헌안을 발의했다가 일단 국민 투표에서 부결되면 개헌 논의 자체가 힘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 장기집권 발판 마련한 아베, 시기·방법 ‘저울질’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규정해 온 아베 총리는 개헌 시기와 방법을 두고 저울질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자민당이 총재 임기 규정 개정에 나섬에 따라 아베 총리는 개헌을 위한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이 총재를 3년씩 2번만 연속해 맡을 수 있게 한 당규를 고쳐 3년씩 3번 연속 맡을 수 있도록 수정하기로 방침을 굳힘에 따라 아베 총리는 최장 2021년 9월까지 집권할 발판을 사실상 마련했다.

당내에서는 대지진과 같은 재해 시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긴급사태 조항 등 일반인의 거부감이 적은 조항을 헌법에 추가해 개헌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장벽을 없애고 이후 헌법 9조 개정을 시도하는 단계적 개헌론이 거론되고 있다.

1955년 선언한 ‘당의 사명’에서 ‘현행 헌법의 자주적 개헌’을 주요 실행 목표로 내거는 등 창당 이후 줄곧 개헌을 주장해 온 집권 자민당은 2012년 내놓은 개헌 초안을 일단 뒤로 밀어두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자민당 개헌 초안은 헌법 9조의 군대 보유 규정을 삭제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고 일왕을 일본의 원수로 규정하는 구상을 담아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국회는 일단 한동안 중단됐던 개헌 논의를 재개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의원 헌법심사회는 이달 10일과 17일 헌법제정 과정, 입헌주의 등을 주제로 자유 토론을 열 예정이며 참의원 헌법심사회는 16일 헌법 관련 토론을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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