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북한 등, 조전 보내 칭송…‘생전 대립각’ 미국은 혹평
쿠바 공산 혁명의 아버지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타계한 이후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게 나온다.사회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는 ‘혁명의 동지’ 카스트로가 시대의 상징이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독선으로 가득 찬 독재자였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쿠바의 우방이었던 러시아는 카스트로의 타계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카스트로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조전을 보내 애도를 표한 뒤 “이 위대한 국가 지도자의 이름은 진실로 현대 세계사에서 한 시대의 상징이었다”고 평가했다.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동서 냉전 해체의 주역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前) 소련 대통령도 “카스트로는 20세기에 식민지 체제를 파괴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칭송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도 조전을 보내 중국의 당과 정부, 인민을 대표해 애도의 뜻을 표시하고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시 주석은 카스트로가 쿠바 사회주의의 창건자이자 쿠바 인민의 위대한 지도자였다며 중국 인민은 친밀한 동지이자 진실한 친구를 잃었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이날 조전을 보내 “사회주의와 정의를 위한 반제 자주 위업 수행에 특출한 공헌을 한 저명한 정치활동가였다”고 평가했다.
이란 역시 카스트로의 업적을 평가하며 타계를 애도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카스트로는 강대국의 식민주의에 맞서 싸운 독보적 인물”이라며 “쿠바 정부와 국민에 추모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쿠바에 우호적인 국가와는 달리 카스트로가 생전 각을 세웠던 미국에선 혹평이 주를 이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카스트로를 “야만적인 독재자”라며 비난했다.
트럼프는 “피델 카스트로의 유산은 총살형과 절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 가난, 그리고 기본권의 부정이었다”고 꼬집었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인사들도 쿠바 독재자로서의 카스트로 행적에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역사는 한 인물이 그의 주변 사람들과 전 세계에 미친 엄청난 영향을 기록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약 60년간 미국과 쿠바의 관계는 불협화음과 상당한 정치적 불일치로 점철됐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우리는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미래를 바라볼 것이다. 쿠바인들은 미국에 그들의 친구와 파트너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슬픔에 빠진 쿠바 국민과는 달리 쿠바 출신의 망명 이민자와 후손이 많이 사는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리틀 아바나’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카스트로의 박해를 피해 유럽으로 망명한 쿠바 반체제 인사들의 친척들도 카스트로의 타계에 ‘애도’보다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쿠바 반체제인사인 오스왈도 파야의 동생인 사클로스 파야(스페인 마드리드 거주)는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카스트로는 폭정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세계를 일촉즉발 전쟁의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쿠바 정치범 부인들의 모임인 ‘레이디스 인 화이트’(Ladies in White) 대표 베르타 솔레르는 EFE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바뀐 것은 없다”면서 라울 카스트로 의장이 형 피델만큼이나 독재자인 점을 고려할 때 “좋은 소식은 (쿠바에) 독재자가 1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쿠바 대사관 앞에서는 카스트로 찬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십여 명의 카스트로 반대자들은 “폭군이 죽었다”, “카스트로는 혁명을 훔친 자”라고 외치며 카스트로의 죽음을 축하했지만, 스페인 공산당원들이 주축을 이룬 150여 명의 시위대는 “카스트로는 진정한 독립을 가져다준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죽음을 애도해 대비를 이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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