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의 상징 랄프 로렌 선택…무도회엔 이민 출신 디자이너 작품
퍼스트레이디의 의상에서 ‘아메리카 퍼스트’의 향기가 묻어났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행사가 끝나자 멜라니아 트럼프의 패션을 두고 여러 평가가 나온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공식 석상에 데뷔한 멜라니아가 선택한 의상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내놓았다.
NYT는 멜리니아가 취임식에서 랄프 로렌을 입은 것은 의심할 바 없이 다분히 ‘전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WP는 그녀가 ‘애국주의와 글로벌리즘을 동시에 암시하는’ 데뷔 의상을 차려입었다고 해석했다.
우선 ‘재키(재클린 케네디) 스타일’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취임식 의상부터 살펴보자.
둥근 어깨선과 터틀넥 재킷, 스웨이드 장갑이 어우러진 스카이 블루 계열의 랄프 로렌 수트는 비평가들의 예상 밖 선택이었다.
WP는 역사적 순간의 퍼스트레이디로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후한 점수를 매겼다.
랄프 로렌은 널리 알려진 대로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를 일군 디자이너다.
지난 2014년엔 독립전쟁 당시 베시 로스 성조기(별 13개 그려진 미국 국기) 보존을 위해 1천300만 달러(약 150억 원)를 쾌척해 제임스 스미슨 200주년 기념 메달을 받았던 인물이다. 미국 올림픽 대표팀 유니폼을 스폰서하기도 했다.
로렌과 정계의 인연은 공화·민주 양당에 모두 닿아있다.
그의 아들 데이비드는 공화당 소속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의 조카 로렌 부시와 결혼했다.
로렌은 트럼프와 경쟁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선호하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힐러리가 후보 수락연설 때 입은 랄프 로렌 바지정장은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멜라니아가 데뷔 의상으로 고른 랄프 로렌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번째, 취임 축하 무도회에서 보여준 에르베 피에르의 흰색 크레이프 드레스는 더 대담한 선택이었다.
어깨끈이 없고 주름장식에 하늘거리는 느낌의 이 드레스는 트럼프의 완고한 국가주의를 융화시키는 평화의 신호였다고 WP는 평했다.
프랑스 출신인 에르베 피에르는 1990년대 초반 뉴욕으로 이주해왔지만, 작년 가을에야 미국 시민권을 따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퍼스트레이디, 할리우드 스타들의 의상을 디자인해온 베네수엘라 출신 유명 디자이너 케롤리나 헤레라의 작업실에서 14년간 일해왔다.
자기 이름을 내걸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드레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취임식 이전까지만 해도 멜라니아가 샤넬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인 유명 디자이너인 카를 라거펠트의 드레스를 입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이민자 출신 뉴요커 디자이너의 ‘유명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는 1889년 벤저민 해리슨 대통령의 부인 캐롤린부터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부인 로잘린까지 철저하게 ‘미국산 드레스’를 애호하던 영부인의 전통을 따른 것 같다고 WP는 전했다.
멜라니아는 취임 전날 알링턴 국립묘지에 헌화할 때는 밀리터리룩 스타일의 검정 더블 코트를 입었다. 뉴욕의 자그마한 독립 디자이너 노리솔 페라리의 옷이다.
취임 전야 만찬에는 레바논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림 아크라의 의상을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NYT는 “의상의 정치학은 미묘하고 때로는 경박스럽지만, 화려한 대통령 취임식이라면 필수적으로 해석해줘야 할 부분”이라며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 가족이 입는 의상이 그들의 목표와 가치를 자연스레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나’ 트럼프 대통령이 입은 의상은 그다지 이목을 끌지 못했다.
트럼프는 미국 남성복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의 코트와 셔츠를 입었는데 링컨부터 루스벨트, 윌슨, 오바마까지 무려 39명의 대통령이 입던 옷이다. 재킷은 헐렁하고 바지는 길어 보였으며, 밝은색 타이는 너무 내려 맨 듯했다고 언론은 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