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8월 위기론’속 트럼프 ‘전쟁’언급 vs 美국무 대화 강조

‘한반도 8월 위기론’속 트럼프 ‘전쟁’언급 vs 美국무 대화 강조

입력 2017-08-02 09:43
수정 2017-08-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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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美국무 “평화적인 압박”…대화 메시지로 中에 협조 압력 의도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한반도 8월 위기설’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면서 비핵화를 전제로 “어느 시점에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교체나 북한에 대한 기습적인 군사 행동도 목표로 하지 않고 있음을 거듭 천명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일관되고 지속적인, 또한 강화된 작전을 개시(initiate)했으며 나는 이것을 ‘평화적인 압박’(peaceful pressure)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ICBM 도발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코리아 패싱’ 우려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통해 밝힌 ‘한반도 이니셔티브’를 지지하는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틸러슨 장관의 이런 언급은 미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군사 옵션’을 공개로 거론하고 미국 조야 일부에서 김정은 정권 교체에 초점을 둔 대북 정책 전환, 주한미군 철수 같은 급진적 주문까지 나오면서 심상치 않게 돌아가던 분위기를 일단 추스르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내 일각의 급진적 강경론을 우선 일축하고 군사 옵션 사용에 대한 우려도 불식하려는 효과를 어느 정도 겨냥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르면 내년 미 본토 서해안을 사정권에 둔 북한 ICBM이 실전에 배치돼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것이라는 국방부 공식 전망까지 나오는 급박한 상황에서 ‘대화’를 무게 있게 거론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봤음에도 실제 부딪쳐 보니 북핵 문제를 풀어낼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현실적 고민이 자리잡고 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시간 낭비’로 규정하고 ‘최대의 압박과 관여 작전’이라는 새로운 대북 정책 기조를 내놓았지만, 북한은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획대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틸러슨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단기간 내에 작전을 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에게 가능한 옵션이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미 북한이 ICBM 개발의 완성 단계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의 경제 제재도 소용없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어떠한 제재라도 ICBM을 가지려는 김정은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 대목에서 ‘대화’를 거론한 점이 최근 수위를 올려온 대북 제재와 중국 압박을 느슨하게 하려는 행보로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평화적 대화 의도를 강조함으로써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이 제재에 협조하고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국제사회에 조성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기존 대북 옵션을 유지하되 여기에 필수적인 중국의 협조를 재차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국무부는 대화를 거론하고 군과 정보기관은 강경하고 원칙적 메시지를 내는 역할 분담의 분위기도 어느 정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이 ‘대화’ 의도를 강조하긴 했지만, 최근 의회를 통과한 북한·러시아·이란 일괄제재 법안과 같은 대북 제재 방안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전까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미국의 대북 메시지가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줘 자칫 ‘컨트롤타워’ 부재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일 것으로 보인다.

대화 해법을 강조한 틸러슨 장관과 달리 최근 미 국방·외교, 정보당국 고위급 인사들의 입에서 군사옵션, 나아가 김정은 축출론까지 강경 발언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는 지난 5일 북한의 ICBM 발사로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우리가 가진 능력 중 하나가 막강한 군사력”이라며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 대북 군사옵션을 공론화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한발 더 나아가, 최근 열린 아스펜 안보 포럼에서 “미 정부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해 떼어 놓는 것”이라며 북한 정권교체론의 불씨를 지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연 내각회의에서 “북한 문제는 해결될 것(will be handled)”이라며 중대 조치를 예고하는 발언을 했다.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 역시 1일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해 군사행동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그레이엄 의원의 발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테이블 위에 모든 옵션이 올려져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칠게 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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