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무차별 총격에 어린이들도 희생
현지 교수 “군부 독재 장기화 우려”
27일 ‘미얀마군의 날’ 전국 총궐기 가능성
23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사망한 14살 소년 툰 툰 아웅의 장례식에서 가족들이 시신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만달레이 EPA 연합뉴스
군부가 강경 진압을 이어가며 미얀마에서 매일 ‘지옥도’가 펼쳐지는 가운데 한 현지인 교수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호소하며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미얀마 여러 대학에서 수년간 강의하다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는 그는 익명을 요구하며 “현지 활동가, 시위대와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고 불안함을 드러냈다.
23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경찰 오토바이가 불에 타며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만달레이 EPA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쿠데타 목적은 국가 전체를 계속 군사 정권 하에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이들은 ‘독재자’다. 외부 압력에 신경 쓰지 않고 국민을 억압하는 게 고귀하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민주화운동에도 참여했던 그는 특히 예전과 달리 군부가 장기적인 계획으로 대응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군부가 쿠데타를 정당화하며 지난해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했는데, 이 투표 결과를 다시 들여다보는 대신 ‘1년 비상사태’부터 선포했다”며 “군부는 장관을 새로 임명하는 등 실제 권력을 차지하며 국가를 장악할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23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사망한 시민이 들것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만달레이 AP 연합뉴스
쿠데타에 반대해 파업하는 공무원들의 시민 불복종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군부가 만달레이의 철도노동자들에게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관사를 떠나라”고 명령하자, 철도직원 주택 단지 내 450가구 1000명 이상이 주말동안 짐을 싸서 집을 나왔다.
미얀마 군경이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해 연일 유혈진압하는 가운데 14일(현지시간) 최대 도시 양곤 외곽에 있는 흘링타야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가 부상당한 시위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양곤 EPA 연합뉴스
양곤 EPA 연합뉴스
군부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 교수는 한국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들에도 관심과 연대를 요청했다. 포스코 등 기업은 군부 세력과 결탁해 자금을 지원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미얀마인이 오늘날의 한국 국민처럼 될 수 있도록, 장기적 관계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소수민족, 종교 등을 모두 아우르는 세력으로 국가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군부로부터 벗어나도 이 체제가 이어지는 한 민주화운동과 소수민족의 독립 운동, 군부 쿠데타가 번갈아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연방 체제 등의 방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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