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 남성과 같이 일할 수 없다”
남녀 ‘분리 교육’ 이어 고용도 같은 기조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파키스탄 대사관 인근에서 7일(현지시간) 아프간 여성들이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파키스탄의 자국 문제 개입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이끌고 있다. 현지 언론은 시위 참여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1990년대 중반부터 탈레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아프간 문제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21-09-08 카불 로이터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탈레반 고위인사 와히둘라 하시미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프간에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도입하려 거의 40년을 싸워 왔다”며 “샤리아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한 지붕 아래 같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과 남성은 같이 일할 수 없다. 이건 분명하다”며 “여성이 우리 사무실에 와 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 금지가 언론이나 은행 등 분야에도 적용될 것이며, 집 밖에서 남성과 여성의 접촉은 병원 진료 같은 특정 상황에서만 허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시미의 발언이 새 내각의 정책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탈레반은 여성의 대학 교육을 허용한다면서도 성별 분리 수업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실제로 카불, 칸다하르, 헤라트 같은 대도시에서는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이 수업을 들을 때 남녀를 구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 강의실에서는 한가운데 커튼이 내려진 채 한쪽엔 남학생만, 다른 쪽엔 히잡 차림의 여학생만 따로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남녀구분 위해 강의실 가운데 커튼 친 아프간 대학
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아비센나 대학에서 남녀 학생 구분을 위해 강의실 한가운데 커튼을 친 모습.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장악한 이후 가을 학기 개강이 다가오자 각 대학에는 남녀를 구분하라는 지침이 등장했다. 2021-09-07 카불 로이터 연합뉴스
‘여성 대학 교육’ 관련 기자회견 하는 탈레반 교육장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압둘 바키 하카니 고등교육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아프간 여성은 대학 교육뿐 아니라 졸업 후 교육도 받을 수 있지만, 성별로 구분된 강의실에서 수업에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1-09-13 카불 AFP 연합뉴스
이에 아프간 여성들은 거리로 나서 “여성에게 자리가 없는 정부는 없다”, “나는 계속 자유를 노래하겠다” 등의 글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고 목소리를 냈다.
아프간 여성들의 실질적인 권리 향상을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계속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레반이 1990년대 중반 여성 교육을 금지하고 여성 대부분이 직장에 아예 나가지 못했던 상황보다는 지금이 그나마 나아졌지만, 계속해서 여성 활동을 크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파키스탄 대사관 인근에서 7일(현지시간) 아프간인들이 구호를 외치며 파키스탄의 자국 문제 개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자 탈레반 대원이 이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2021-09-08 카불 로이터 연합뉴스
타스통신은 아프간 톨로뉴스를 인용해 탈레반 장악 후 아프간 20개 주에 있는 언론사 중 최소 153곳이 운영을 중단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실제 아프간에서는 언론탄압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중이다. 최근 수도 카불에서 여성 인권 시위를 취재하던 언론인들이 탈레반에 구금되고, 이들 중 일부는 경찰서에서 채찍 등으로 두들겨 맞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카불에서 탈레반에게 구타당한 기자들
지난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에게 구타 당한 뒤 부상을 입은 기자들의 모습. 제3자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2021-09-09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