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도, PD도 당했다… 쿠오모 형제의 추악한 민낯

보좌관도, PD도 당했다… 쿠오모 형제의 추악한 민낯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12-09 06:05
수정 2021-12-0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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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 정치 명문가 쿠오모
스타 정치인·앵커 나란히 성추문

지난해 12월 성추행 폭로가 처음 터지기 전 기자회견을 하며 활짝 웃는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와, 2018년 CNN 연례행사에 참석한 동생 크리스 쿠오모 앵커의 모습. 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성추행 폭로가 처음 터지기 전 기자회견을 하며 활짝 웃는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와, 2018년 CNN 연례행사에 참석한 동생 크리스 쿠오모 앵커의 모습. AP 연합뉴스
케네디가, 부시가와 더불어 미국의 대표 정치 명문가였던 쿠오모 가문. 2015년 사망한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는 1980~90년대 뉴욕주지사를 세 번이나 연임해 민주당 대선 주자로 거론됐던 인물이었고, 쿠오모(63) 전 뉴욕주지사와 크리스(51)는 각각 정치인과 앵커로 활약하며 스타 형제로 불렸지만 성추문으로 나란히 추락했다.

쿠오모 전 주지사의 성폭력 의혹은 지난해 12월 전직 보좌관 린지 보일런의 폭로를 시작으로 피해자의 추가 폭로가 잇따르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피해 여성들은 쿠오모가 입술에 키스하거나, 몸을 더듬고, 성적인 발언을 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과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했다고 폭로했다.

뉴욕주 검찰은 수사에 착수해 그가 뉴욕주의 전·현직 직원 11명을 성추행했다고 지난 8월 발표했다. 검찰의 보고서에는 부적절한 행동과 발언 정황이 자세히 담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쿠오모 전 주지사가 보좌관을 껴안은 뒤 블라우스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쥐었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처참한’ 정황 등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CBS 방송에 출연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전 비서 브리트니 코미소(왼쪽). AP
CBS 방송에 출연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전 비서 브리트니 코미소(왼쪽). AP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세번째 성추문 폭로가 나온 가운데 이를 보도한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자사 보도를 트위터에 공유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세번째 성추문 폭로가 나온 가운데 이를 보도한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자사 보도를 트위터에 공유했다.
이 보좌관은 주지사가 포옹과 볼 키스, 최소 한 번은 입술에도 키스하는 등 신체 접촉을 늘려가던 중 관저에서 셀카를 찍으면서 엉덩이를 움켜잡았다(grabbed)고 진술했다. 또 다른 날에는 주지사가 포옹하면서 블라우스 안에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쥐었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그가 내 가슴을 모아쥐었다(cupped).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그의 손과 내 브래지어 위쪽을 내려다본 장면이 기억에 있다”고 진술했다.

한 경호원은 주지사가 여자친구를 구해달라면서 “고통을 참을 줄 아는” 여자여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고, 결혼하면 “성 충동이 줄어드는데” 왜 결혼하려고 하냐, 근무할 때 왜 치마를 입지 않느냐 등 발언을 했다고 진술했다.

쿠오모 전 주지사는 검찰 발표 일주일 만에 주지사 자리에서 사퇴했다.

동생 크리스는 2018년 6월부터 1년 반 동안 평일 황금시간대인 오후 9시에 CNN ‘쿠오모 프라임 타임’을 진행하며 명성을 쌓았다. 출연자와 언성을 높이며 싸울 정도로 공격적인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한 크리스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형을 여러차례 출연시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대조를 이뤘던 뉴욕주의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대화하고, 자신들의 가족 얘기를 나누며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형의 성폭력 사건에 적극 개입해 언론 윤리를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CNN에서 불명예 퇴출됐다. 크리스는 쿠오모 전 주지사가 결혼식장에서 만난 여성 얼굴을 만지면서 “키스해도 되겠냐”며 추행한 사실이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하자 형의 보좌관에게 자기가 돕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사건 무마에 적극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크리스는 형의 입장문을 대신 써주고, 다른 언론의 취재 동향을 알아봐주기도 했다.

CNN은 크리스가 언론 동향을 조사해 형에게 건네주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나오자 무기한 직무정지를 내렸고, 결국 해고를 결정했다. 크리스는 성명을 내어 “CNN에서의 시간을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지만 이미 여러분에게 내가 형을 왜, 어떻게 도왔는지 말했다. 이게 실망스럽지만, ‘쿠오모 프라임 타임’ 팀, 그리고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간대에 CNN의 간판 프로그램으로서 우리가 한 일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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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AP 연합뉴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AP 연합뉴스
크리스 쿠오모, 앤드루 쿠오모 형제
크리스 쿠오모, 앤드루 쿠오모 형제 CNN 캡처
동생 크리스도 나란히 성추문
퇴직금 못받고 출판계약 해지
CNN은 법률 회사를 고용해 크리스의 성추문 의혹을 조사 중이며 이 때문에 해고를 권고했다고 AP는 전했다. 다만 크리스는 이날 트위터에 글을 써 “CNN에서 보낸 시간이 이렇게 끝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이 진행하던 저녁 9시 뉴스 ‘쿠오모 프라임 타임’에 대한 그리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변인인 스티븐 골든버그도 성명을 내고 “사실이 아니며 검증되지 않은 의혹”이라고 반박했다.

크리스를 둘러싼 성추문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전직 프로듀서인 셸리 로스는 지난 9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ABC 뉴스에 재직하던 2005년, 동료였던 크리스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크리스가 환송회가 열린 한 술집에서 로스를 껴안으며 그의 엉덩이를 움켜잡았고 “이제 당신은 내 상사가 아니니까 이렇게 해도 된다”는 말을 했으며, 이후 크리스가 로스에게 이메일을 보내 “부끄럽다”고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논란이 불거지자 크리스는 “당시 사건은 성적인 것과 무관하다. 나는 로스에게 사과했고 그건 진심이었다”고 해명했다.

제프 저커 CNN 사장은 7일(현지시간)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에서 크리스에게 퇴직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크리스가 자신을 비롯한 CNN 임원들에게 성추문 수습 연루설의 사실관계를 축소 보고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사 하퍼콜린스 역시 크리스의 신간 ‘깊은 부인’(Deep Denial)의 출간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밝혔다. 크리스는 위성 방송사 ‘시리우스 XM 홀딩스’가 방송하는 평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퇴출당했다.
2018년 한 영화 시사회장에서 포즈를 취한 앤드루 쿠오모(왼쪽) 전 뉴욕주 지사와 CNN 간판 앵커 크리스 쿠오모 형제. AFP 자료사진
2018년 한 영화 시사회장에서 포즈를 취한 앤드루 쿠오모(왼쪽) 전 뉴욕주 지사와 CNN 간판 앵커 크리스 쿠오모 형제. AFP 자료사진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상공에 나르는 비행기를 따라 펼쳐진 배너. 전날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가 11명의 여성을 성추행 했다는 검찰의 보고서를 토대로 쿠오모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AP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상공에 나르는 비행기를 따라 펼쳐진 배너. 전날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가 11명의 여성을 성추행 했다는 검찰의 보고서를 토대로 쿠오모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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