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짝퉁 허용’으로 글로벌기업 빠진 자리 메꾼다

러시아, ‘짝퉁 허용’으로 글로벌기업 빠진 자리 메꾼다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03-11 16:06
수정 2022-03-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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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비우호국가 특허 도용 손배 책임 폐지

모스크바의 스타벅스 매장
모스크바의 스타벅스 매장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등 글로벌 기업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2022.3.9
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비우호국가’의 특허 도용을 사실상 합법화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일 발표한 명령에서 비우호국에 등록된 특허 소유자에 대한 보호가 없어진다고 선언했다.

또 러시아 기업들이 허가 없이 특정 특허를 사용하더라도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가없이 특허 사용해도 손해배상 소송 안 당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일 경제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48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관리들은 일부 상표권에 대한 제약을 없애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만약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처럼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브랜드를 러시아 현지 업체가 계속 사용해도 위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러시아는 미국 정부가 오래전부터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비판해왔다.

지난해 미 무역대표부(USTR) 연례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중국, 인도 등과 함께 지식재산권 보호가 미흡한 우선감시대상국 9개국에 포함됐다.

특허 관련 명령과 추가로 나올 수 있는 러시아 정부의 지식재산권 보호 철폐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서방의 러시아 투자에 오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미국의 지식재산권(IP) 전문 변호사 조쉬 거번은 예상했다.

그는 “푸틴이 러시아와 세계의 관계를 어떻게 영원히 바꿔버렸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말했다.

러 업체가 맥도날드 매장 무단운영 가능해져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맥도날드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맥도날드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맥도날드 매장.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스타벅스, 하이네켄 등 글로벌 기업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022.3.9
AFP 연합뉴스
특허 도용과 달리 상표권 보호 폐지 명령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공급망 여파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공급이 제한된 특정 상품과 관련한 지식재산권의 사용 제약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잠재적 조치는 발명과 컴퓨터 프로그램, 상표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거번 변호사는 상표권에 관한 명령이 나오면 러시아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한 미국 브랜드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 보호가 사라진다면 러시아 현지 업체들이 맥도날드 매장을 운영하면서 맥도날드로 자칭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앞서 지난 8일 맥도날드는 러시아 내 850개 매장 운영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도 1차대전 때 독일 아스피린 특허 몰수
아스피린
아스피린 123rf
다만 전시에 지식재산권 보호를 철폐하는 조치는 이전에도 있었다.

스미소니언매거진에 따르면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는 적국 기업의 자산을 몰수하는 조치로서 독일 제약사 바이엘의 미국 내 아스피린 특허권을 박탈했다.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애플과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을 시작으로 이케아, 자라 등 가구·패션, 카드업계와 식음료업계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서 물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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