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시도 10번, 나쁘지 않다”
목숨 걸고 조국 지키는 대통령
SNS·인터뷰로 국제 사회 결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에 의한 민간인 집단학살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진 키이우 외곽 소도시 부차를 방문하고 있다. 2020.4.4 로이터 연합뉴스
충혈된 눈과 면도를 못해 수북해진 턱수염, 카키색 티셔츠 차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적극 활용, 화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국제 여론을 우크라이나 편으로 이끌며 항전 독려 지도자로 우뚝 섰다.
최소 10번의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보도에는 “나를 죽이려는 사람이 10명밖에 안된다는 뜻 아니냐.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 두 차례 젤렌스키 가족 거주지를 기습하려 했고, 러시아 특공대가 젤렌스키를 납치하기 위해 파견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호주 TV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고문당하고, 시신이 우물에서 발견되는데 그런 일들을 생각하면 내 처지는 그렇게 끔찍하지 않다”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이 겪는 것과 자신의 상황은 비교조차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됐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손쉬운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우크라이나는 뜻밖의 선전을 하며 전 세계의 응원을 받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한국시간) 기자들을 집무실로 쓰는 건물로 불러 회견을 가졌다. 그는 ‘전쟁 중 죽는 게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대통령으로서는 그런 일을 두려워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한 병원을 방문해 부상병과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고 있다.
우크라 대통령실 제공·AP 연합뉴스
우크라 대통령실 제공·AP 연합뉴스
왼쪽부터 2월 22일, 2월 26일, 3월 2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모습. 러시아의 침공 전 양복에서 침공 직후 국방색 외투로, 또 최근 반팔티셔츠로 복장이 바뀌었다. AP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크리비리흐에서 태어나 인기 코미디언 경연 프로그램에 참가해 이름을 알렸다. 배우·영화감독·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부패한 정권을 비판한 고등학교 역사 교사로서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되는 주인공을 연기했고, 2019년 현실에서 대통령이 됐다.
미국이 국외 도피를 제안했을 때 “내게 필요한 것은 탑승이 아니고 탄약이다”라며 거절했고, 유럽연합 정상과의 화상회의에서 “이게 당신들이 보는 내가 살아 있는 마지막 모습일 수 있다”라는 호소하며 ‘전시 지도자’의 상징이 됐다. 젤렌스키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는 최근까지 17살난 딸, 9살난 아들과 함께 키이우에 남아 국민들을 독려했다. 젤렌스키의 모습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91%를 기록하게끔 하며 국민들을 결집시켰다.
세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 공군의 폭격으로 수도 런던이 잿더미가 되어가는데도 “우리는 나치를 쓰러뜨릴 것”이라고 외치며 영국 국민을 독려한 끝에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이끌어낸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우크라이나 국기 위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수도 키이우 시민을 ‘영웅’으로 표기한 표지를 공개하며 “러시아의 암살 위협에도 키이우에 남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북돋웠다. 찰리 채플린이 처칠로 변모했다. 어떤 의미에서 샤를 드골보다 용감하다. 전쟁 지도자로서 처칠과 동급이다”라고 극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전투 진지에서 군인들과 만나고 있다. 이날로부터 일주일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으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AP 연합뉴스
‘윙크’
젤렌스키 대통령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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