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신냉전… G7 회의 첫날
2027년까지 인프라에 집중 투자
환경·보건 등 진보 가치로 차별화
‘PGII’ 합의로 대중 포위망 구축
바이든 “권위주의 맞서 가치 연대”
한자리 모인 G7 정상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26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에서 개막한 G7 정상회의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G7 정상들은 촬영을 앞두고 단체 복장을 얘기하던 중 과거 웃통을 벗고 찍은 사진으로 남성미를 과시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조롱 섞인 농담을 주고받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먼저 “재킷 벗을까요? 푸틴보다 강하게 보여야 하는데”라고 운을 떼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웃통을 다 벗고 승마 정도는 해 줘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농담에 끼지 않다가 사진 촬영 시 진한 미소만 보였다. 왼쪽부터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존슨 영국 총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
엘마우(독일) AP 뉴시스
엘마우(독일) AP 뉴시스
G7 정상은 26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 엘마우에서 개막한 정상회의에서 “2027년까지 개도국 인프라 사업에 6000억 달러(약 77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으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중국 등)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 가치 연대의 의미가 크다”며 “민주주의 국가들이 (개도국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면 우리는 언제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은 PGII에 정부 및 민간 투자로 200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PGII의 인프라 투자는 크게 환경과 정보기술, 성평등, 보건 등 4개의 주제로 이뤄진다. 단순히 자금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과 청정 에너지 생산, 환경파괴 최소화, 정보 격차 축소 등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룬 ‘진보적 가치’를 내세워 차별점을 삼겠다는 의도다. 구체적으로는 아프리카 빈국 앙골라가 태양열 발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20억 달러를 제공하고, 세네갈이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1400만 달러를 지원한다. 아프리카 지역 스타트업 투자를 돕는 펀드에 1억 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코트디부아르가 자국 병·의원을 개보수하도록 3억 2000만 달러를 준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스마트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4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제3세계 국가들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3억 3500만 달러를 낸다. 쉽게 말해서 ‘서구판 일대일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은 시 주석이 취임한 2013년부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작해 세계 곳곳에서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의 영향력 확대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일대일로 참가국들은 결국 중국에 종속돼 빚더미에 앉게 된다”며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그러나 다수 저개발국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우리를 돕지도 않으면서 중국만 앵무새처럼 비난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도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중국 견제를 위해 개도국 지원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2022-06-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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