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피해자 2세 권준오씨
18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권준오(73)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본부 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 한일 정상의 위령비 참배 일정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히로시마 김진아 특파원
히로시마 김진아 특파원
18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만난 권준오(73)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본부 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를 하루 앞둔 이날 일본 경찰은 2만 40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 동원된 경찰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주요 정상들이 방문하는 공원은 이날 정오부터 일반인들의 입장을 막았다.
특히 주목받는 곳은 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7일 서울에서 윤 대통령과 회담하며 위령비 참배를 제안했고 19~21일 G7 정상회의 기간 두 정상은 처음으로 이곳을 공동 참배하게 된다. 한국 대통령이 이 위령비를 찾는 것은 처음이다.
히로시마의 상징 ‘원폭 돔’
18일 일본 히로시마의 상징 ‘원폭 돔’ 앞에서 히로시마 대학 학생들이 G7 정상회의 개최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히로시마 김진아 특파원
히로시마 김진아 특파원
원폭 피해자 2세인 권 부위원장은 “한일 정상이 핵무기 없는 나라를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나라(한국) 젊은 사람들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있으니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안 된다”며 “과거에도 14만명 넘게 사람이 죽었는데 지금 그 핵무기가 수백만 아니 수천만명을 죽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사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며 “기시다 총리가 위령비에 참배하는 것은 ‘사의’(사죄의 뜻)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히로시마에서 기자회견 하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정원술(왼쪽)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이 18일 히로시마 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히로시마 김진아 특파원
히로시마 김진아 특파원
심진태 합천지부장은 “여기 온 피해자들은 연세가 많아 앞으로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할 분들도 있을 것”이라면서 “G7 회의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평화공원은 우리가 주인이나 다름없는데 피해자는 참배조차 못하게 막다니 너무 아쉽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 기간 윤 대통령과 함께 위령비를 참배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G7 정상들과 한국과 인도 등 초청국 정상들에게 위령비 근처에 있는 히로시마평화기념자료관을 안내할 예정이다. 이날 자료관에는 일본인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많은 외국인이 줄지어 전시물을 둘러봤다. 전시의 대부분은 원폭 투하의 참상에 맞춰져 있었다. 일본이 침략 전쟁을 벌였고, 왜 미국이 일본에 원폭을 투하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히로시마평화기념자료관
18일 히로시마평화기념자료관에서 관람객들이 원폭 투하 상황을 알리는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히로시마 김진아 특파원
히로시마 김진아 특파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