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등 오지상공서 와이파이 공유기 역할
인터넷 1위 기업 구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1위 기업 페이스북이 전 세계의 하늘에 자신의 인터넷망을 펼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태양광 무인기 ‘솔라 50’ 모형도. 2㎞ 상공에서 인터넷 와이파이망을 제공할 예정이다.
출처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
출처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구글은 태양광 무인기(드론) 개발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이하 타이탄)를 전격 인수했다. 당초 이 업체는 페이스북과 비밀리에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이 사실을 안 구글이 “페이스북이 제시하는 액수보다 무조건 더 많이 주겠다”며 접근했다. 협상 가격은 6000만 달러(약 624억 4800만원)까지 치솟았고, 결국 페이스북은 타이탄을 포기하고 같은 태양광 무인기 제작사인 영국의 ‘어센타’를 지난달 말 2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타이탄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시멘텍에서 일했던 번 라번이 2012년에 세운 벤처기업으로 직원이 20명에 불과하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태양광 무인기를 놓고 경쟁한 이유는 무인기가 가져다 줄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무인기는 오지 상공에 머물며 거대한 와이파이 공유기 역할을 하게 된다. 광케이블이나 이동통신 기지국이 들어서지 않은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인류의 3분의2는 아직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다. 인도의 빈민촌,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브라질의 아마존 정글까지 인터넷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타이탄은 잠자리 모양의 거대한 태양광 무인기 2대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무인기는 길이 50m에 이르는 날개에 태양열전지판이 붙어 있고 2㎞ 상공에서 5년 동안 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태양열이 약한 밤에도 낮과 똑같은 속도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무인기를 통해 노리는 시장은 개발도상국이다.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79%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은 무인기가 제공하는 인터넷망을 토대로 개도국 모바일 시장을 석권하려고 한다. 페이스북은 데이터 요금이 무료인 값싼 피처폰으로 개도국 모바일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인터넷 고객 확보와 더불어 무인기를 통해 확보한 주파수 대역을 다른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팔 수도 있다.
한편 정찰기에서 출발한 무인기의 진화는 인터넷 분야에만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아마존은 이미 무인기로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범 실시했다. 르노는 지난 2월 교통 상황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소형 무인기를 탑재한 승용차를 선보였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2014-04-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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