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공동 기자회견서…매케인 발언 등 반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작심한 듯 자신의 외교 정책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나섰다.우크라이나 사태, 이란 핵 문제, 중동 평화협상 등 현안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지나치게 유약하게 대응한다는 공화당 등의 비판을 정면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백악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외교 정책 및 관점 등을 해명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지난 5년간 해온 외교 노력의 결과를 본다면 미국의 동맹 관계가 더 강해졌고 동반자 관계도 더 강해졌다고 말하는 게 공정하다. 단적인 예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은 상호 이해가 걸린 모든 현안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더 나은 위치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또 “그게 항상 섹시하지는 않을 수 있고 엄청난 관심을 끌지 못할 수도 있으며 일요일 아침 방송의 좋은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나서 “그렇지만 이런 외교 정책이 실수를 피하게 해준다. 때로 단타를 칠 수도 있고 장타를 칠 수도 있으며 이따금 홈런도 날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꾸준하게 미국민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전세계 시민들과의 파트너십을 발전시켜왔다”고 부연했다.
그의 이번 발언은 자신의 외교 정책을 연일 맹비난하는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 등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반박 성격이 짙다는 게 워싱턴DC 외교가의 분석이다.
매케인 의원은 지난주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항해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내 평생 이런 정부는 본 적이 없다. 너무나도 수동적”이라고 꼬집었다.
매케인 의원 등은 유혈 내전을 겪는 시리아 등에서도 좀 더 공격적인 미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무기 공급이 우크라이나 상황을 호전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실제로 국민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러시아군을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할까, 아니면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국제사회가 외교·경제적인 압박을 가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할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최고사령관으로서 내 임무는 군사력을 마지막 수단으로 배치하는 것이고, 또한 이를 지혜롭게 배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등 개인을 겨냥한 제재가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반박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밥 코커(테네시) 상원의원은 전날 방송에 출연해 “지금처럼 개인을 제재해서는 푸틴 대통령의 행동을 바꿀 만큼 러시아에 큰 고통을 안겨줄 수 없다”며 “겨우 사람들 팔이나 비트는 수준”이라고 깎아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떤 이유에선지 이라크 침공이라는 재앙적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지난 10년간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다. 군병력과 예산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 10년 전쟁을 이제 막 끝낸 마당에 왜 또 그렇게 군사력 사용을 갈망하는지 의문”이라고 받아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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