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라이킨스, 한국어 강사·배우·진행자로 활약 “출산 후 오디션 참여해 한국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건너간 한인 1.5세 권기범(31) 씨는 한 살 아래의 미국인 아내 제시카 라이킨스 씨와 한인이 밀집한 캘리포니아주 부에나파크시에서 살고 있다.’아이 러브 코리아’ 남편 조국에 푹 빠진 미국인
워싱턴대와 UC 어바인에서 한국어 강사를 하고, UC 어바인에서 한국 영화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제시카 라이킨스(앞줄 가운데). 한인 1.5세 권기범 씨와 지난 2006년 결혼한 라이킨스씨는 남편만큼 남편의 조국도 사랑하는 미국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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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와 지난 2006년 결혼, 다음 달 첫아이(태명 권주은)를 낳을 예정인 그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25일, 27일 만삭의 몸으로 부에나파크시 경찰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찰들이 한국어로 된 간판을 제대로 못 읽어 어려움을 호소하자 한인 정치력 신장단체인 ‘아이캔’(iCAN·회장 찰스 김)과 캘스테이트 LA 한인사회연구소(소장 김효정 교수)가 라이킨스 씨를 특별 강사로 초빙했다.
세 차례에 걸쳐 한국어 강의를 끝내고 출산 준비에 전념하는 그와 30일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한국어 질문에 한국어로 답을 했을 정도로 언어구사 능력이 뛰어났다.
먼저 경찰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느냐고 물었다.
”식당 평가 사이트인 옐프(Yelp)나 타인종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한인 식당은 서비스가 좋지 않다’, ‘식당 아주머니들이 불친절하다’, ‘필요한 게 있는지, 괜찮은지 묻지도 않는다’라는 불만이 많아요. 그런데 한국 사람은 자주 와서 물으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하잖아요. 그런 부분, 한국인에게는 다른 문화가 있다는 것을 설명해줬어요. 식당 이름, 메뉴 등도 읽어보게 해서 잘 익혔는지 복습도 했고요.”
한국인만이 지닌 서양인과의 미묘한 문화 차이를 설명해준 것이다. 그가 이런 세밀한 차이까지 알게 된 사연은 이렇다.
라이킨스 씨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한국과의 인연은 중학교 때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한인 2세와 친구가 되면서 시작됐다.
”친구 따라 한글학교에 나갔어요. 3년 동안 주말마다 한국어를 배웠죠. 그곳에서 그룹 젝스키스를 알았고, 노래에 푹 빠졌답니다.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친구가 한국에 간다고 해 젝스키스를 만나고파 따라갔죠. 6주 동안 친구의 친척집에 머물며 한국을 체험했어요. 정말 재밌었고, 다이내믹했습니다.”
당시 그는 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서울 구경에 나서고, 방송국을 찾아다니며 지금은 해체돼 솔로로 데뷔한 젝스키스 멤버 강성훈·은지원·이재진도 가까이서 만나는 행운도 누리고 돌아갔다.
귀국 후 ‘한국 사랑’에 빠진 그는 아예 한인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남가주대(USC)에 입학했고, 당연히 한국어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곧바로 워싱턴대에서 한국문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UC 어바인에서 한국영화로 박사 과정도 밟았다.
”한국에 푹 빠져 공부하면서도 연기자가 되겠다는 희망은 계속 품고 있었어요. 그것도 한국에서 활동하겠다는 꿈을 꿨죠. 그래서 먼저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배웠고, 영화 공부도 했던 것입니다. 지난 2011년 SBS의 ‘기적의 오디션’에 출연한 것도 한국에서 살며 배우가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대학 때 만나 사귄 남편과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한 남편이 한국에 입국하면 군대에 들어가야 했기에 군 복무를 하겠다는 남편을 미국에 붙들어 앉힌 것이다. 그래서 연기 무대를 할리우드로 바꿨다.
아직 개봉하진 않았지만 영화 ‘스튜디오 클럽’에도 출연했다. ‘블루라군 2’의 주연배우인 블라이언 크로즈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살인 미스터리 작품이다.
’더 오디션’(감독 클라우디아 크리스틴), ‘하드 러브’(감독 클레어 크레이머) 등에 조연으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영화 출연과 함께 워싱턴대(2006∼2009년)와 UC 어바인(2010∼2011년)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약하면서 다른 인종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쳤고, 한인 학생들에게는 영어를 전수했다.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이름이 알려지면서 동포신문인 주간 헤럴드에 초빙돼 LA 한인타운 곳곳을 탐방하는 ‘아이 러브 K타운’을 진행하며 한국에 대한 ‘무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인터뷰 끝에 “왜 한국이 좋은지 5가지만 말해 달라”고 ‘돌직구’를 날리자 “매운 음식, 춤을 잘 추는 가수들, 아름다운 나라, 이웃과 나누는 정(情), 사람들의 열정”이라고 거침없이 답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낳으면 한국어 강의를 하면서 살을 빼고 몸을 만들어 오디션을 보러 다닐 것이고, 특히 한국 영화에 배역을 맡아 달라는 제의가 오면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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