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2016-11-09 AFP 연합뉴스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비판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9일 미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미 동맹 관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조건부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한 만큼 양국 군사관계가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성인은 이번 대선 기간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방위비를 분담한다며 이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시종일관 펼쳐왔다.
일례로 그는 지난 5월 CNN 방송 인터뷰에서는 한국이 주한미군 인건비의 50%를 부담한다는 지적에 대해 ”100% 부담은 왜 안되냐“고 반문하며 한국에게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전액 부담을 요구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올해 3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올해 부담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9441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인건비는 3630억원이고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는 각각 4220억원, 1591억원이다.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총액은 지난해(9320억원)보다 1.3% 늘었다. 우리 정부가 내는 방위비 분담금은 2005년만 해도 6804억원이었지만, 꾸준히 늘어 1조원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내는 것은 한미 양국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1990년까지만 해도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전액 부담했지만 1991년부터 2∼5년 주기로 한국과 특별조치협정(SMA)을 맺는 방식으로 우리 정부가 방위비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2018년에 협상을 거쳐 새로운 SMA를 체결해야 한다.
만일 트럼프 당선인이 기존 협정을 준수한다면 그가 이끄는 미국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제10차 SMA 체결 협상에서 봇물 터지듯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 정부에 1조원이 훌쩍 넘는 거액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할 수 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 들고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반미감정에 불이 붙을 경우 기존 한·미 동맹이 근본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한국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동맹이 흔들리면 자체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핵 확장억제 공약을 거듭 확인하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는 것과는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견고한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미국이 대통령 교체만으로 과거와는 180도 다른 한반도 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표심을 얻기 위해 대선 기간 다소 과격한 주장을 내놓았지만 일단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서면 한반도 정책의 연속성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의회, 언론, 시민사회 등이 이루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에서 세계전략을 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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