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와 달랐던 주요투표들
브렉시트·콜롬비아 평화협정 등투표결과 뒤집혀져 세계적 파장
“우리가 이기고 있지만 언론이 보도하지 않을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유세 막판 지지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결과적으로 허풍이 아니었다. 투표일 직전까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차기 백악관 주인으로 예측했던 미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은 8일(현지시간) 패닉에 빠졌다.
여론조사가 선거 결과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건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에도 글로벌 정세를 뒤흔든 각국 주요 투표 때 예측에 실패해 혼란이 가중됐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결정 국민투표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미 대선과 비견할 만한 충격을 줬다. 투표 마감 직후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는 투표 참가자 4772명을 대상으로 최종 여론조사를 벌여 EU 잔류 52%, 탈퇴 48%로 4% 포인트 앞섰다고 예측했다. 다른 기관의 예측도 비슷했다. EU 잔류 진영을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영국을 유럽에서 더 강하고, 안전하고, 잘 살도록 하는 데 투표한 이들에게 감사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최종 개표 결과, 탈퇴 51.9%, 잔류 48.1%로 영국민은 EU 탈퇴를 택했다. ‘고립주의’ 노선인 트럼프는 당시 선거 결과에 대해 “영국은 (EU로부터) 나라를 되찾았다. 위대한 결정”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달 2일 치러진 콜롬비아 평화협정 국민투표 역시 예상 밖의 선거 결과가 나왔다. 52년간의 내전을 끝내려 콜롬비아 정부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3년여간의 협상 끝에 평화협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개표 결과 찬성 49.78%, 반대 50.21%로 부결됐다. 선거에 앞서 실시된 8차례 여론조사에서는 매번 찬성 의견이 높았다.
선거 예측이 크게 빗나가는 현상은 24년 전 미국에서 주목받았다. ‘브래들리 효과’다. 1982년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때 민주당 토머스 브래들리 후보와 공화당 조지 듀크미지언 후보가 대결했다. 흑인이자 전직 LA 시장인 브래들리가 여론조사에서 86%의 지지율을 얻어 쉽게 승리할 것으로 보였다. 선거일 출구조사에서도 앞섰다.
하지만, 개표 결과 브래들리는 1.2% 포인트 차로 패했다. 백인 유권자가 명망 있는 흑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하면 인종차별주의자로 보일까 봐 여론조사 때 거짓 응답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주장했던 ‘샤이 트럼프’(shy Trump·트럼프 지지성향이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제대로 답하지 않은 백인 남성 유권자)가 상당수 존재했던 셈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6-11-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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