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규모 反정부 시위
시민 수만명 “마두로 퇴진”… 7명 사상과이도 “과도정부 수립 합법선거 시행”
폼페이오 “前대통령은 외교 권한 없다”
러·中 등 불간섭 내세워 “마두로 지지”
美 vs 中·러 ‘신냉전 격화’ 가능성도
떠오른 과이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수도 카라카스에서 23일(현지시간) 열린 가운데 스스로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한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가운데) 국회의장이 시민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카라카스 EPA 연합뉴스
카라카스 EPA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시민 수만명이 마두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일부가 경찰과 충돌해 최소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은 1958년 베네수엘라에서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 독재정권이 대중 봉기로 무너진 날로, 마두로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13일 만에 퇴진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시위대의 선봉에 선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날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이라고 규정하며 “정권을 불법적으로 찬탈한 마두로를 끌어내고 과도정부를 수립해 합법적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야권 주요 후보가 수감되거나 가택연금 상태라 출마하지 못한 상황에서 열린 대선에서 당선돼 퇴진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 왔고, 경제난의 원흉으로도 지목돼 왔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으로 석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는 국제 유가 하락과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자, 미국의 제재 등으로 지난해 100만%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살인적 인플레와 생필품 부족으로 고국을 떠난 사람만 330만명이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미주의 우파 국가들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국회가 헌법을 발동해 마두로 대통령을 불법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대통령직은 공석”이라며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칠레, 페루, 파라과이,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우파 정부들도 과이도 의장 지지 성명을 냈고, 유럽연합(EU)도 조속한 재선거를 촉구했다.
그러나 좌파가 집권한 쿠바와 볼리비아는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멕시코 또한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며 간접적으로 마두로를 옹호했다. 베네수엘라의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도 외교부 차원에서 서방국가의 잇단 성명을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하며 마두로 정권을 지지했다. 베네수엘라를 놓고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신냉전이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버티는 마두로
마두로 대통령도 23일(현지시간) 카라카스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밖에 모인 수천명의 지지자 앞에서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 독재정권 붕괴 61주년을 기념하며 국기를 흔들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가 ‘미국의 음모’라고 주장하며 미 외교관 추방을 명령했다.
카라카스 로이터 연합뉴스
카라카스 로이터 연합뉴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9-01-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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