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총격범

두 얼굴의 총격범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21-03-19 01:32
수정 2021-03-19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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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심 깊었지만 性중독에 가정 불화
사건 현장 영상 본 부모 신고로 붙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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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증한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연쇄총격으로 한국계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6명, 백인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진은 범행 3시간여 만인 오후 8시 30분쯤 체포된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은 21세 백인 남성이다.  애틀랜타 EPA 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증한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연쇄총격으로 한국계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6명, 백인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진은 범행 3시간여 만인 오후 8시 30분쯤 체포된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은 21세 백인 남성이다.
애틀랜타 EPA 연합뉴스
‘피자, 총, 드럼, 음악, 가족, 하나님. 내 인생을 요약할 수 있는 것들. 꽤 괜찮은 인생.’

한국계 4명을 포함해 8명을 살해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21)이 지금은 삭제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프로필이다. 신앙심 깊은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반듯한 청년으로 보이지만 그가 재활시설에서 정신병의 일종인 성 중독 치료를 받았고 이로 인해 가정 불화를 겪는 등 불안한 상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살인죄 적용… 인종범죄 땐 가중 처벌

17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롱은 아버지가 목사인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 고교 동창들 사이에서 그는 사냥을 좋아하고, 신앙심이 깊은 친구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동창생은 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롱은 순진했고 폭력과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욕도 못했고, 신앙심이 깊었다”고 회상했다. 온라인에서는 롱의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계정에 과거 중국 혐오 발언을 담은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는데 이는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드러난 모범적인 모습과 달리 롱은 고교 졸업 후 성 중독 치료를 위해 재활시설을 드나들었고, 욕구 해소를 위해 마사지 업소 출입도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미국 내 인종 혐오가 커지던 지난해 2월쯤 재활시설에서 나왔는데 이후 부모와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CNN은 한 사법관계자를 통해 “롱이 지속적인 음란물 시청 등 성 중독 문제로 부모와 사이가 좋지 못했으며, 최근 집에서 쫓겨났다”고 밝혔다. 롱의 검거에는 사건 현장 영상을 본 부모의 신속한 신고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몇 시간 전 총 구입… 우발적 범죄 시각도

범행 몇 시간 전 총을 구입했다는 점 때문에 우발적 범죄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인스타 프로필에도 썼듯이 롱은 평소 총을 비롯한 살상무기에 해박했다. 롱에겐 8건의 살인, 1건의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됐다. ‘성 중독’이 아닌 ‘인종 혐오’로 범행 동기가 규명된다면 가중처벌이 가해진다. 지난해 6월 조지아주에서 소수자를 상대로 저지른 강력범죄에 대해 2년 이상 가중처벌할 수 있는 증오범죄법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21-03-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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