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연애‘ 숨긴 주커 CNN 사장, 크리스 쿠오모 때문에 들통 나 퇴진

‘사내 연애‘ 숨긴 주커 CNN 사장, 크리스 쿠오모 때문에 들통 나 퇴진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2-03 07:57
수정 2022-02-0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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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연애가 들통나는 바람에 미국 CNN 방송 사장 직에서 2일(이하 현지시간) 물러난다고 발표한 제프 주커가 2019년 12월 뉴욕의 CNN 히어로즈-올스타 트리뷰트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상대였던 골러스트 수석 부사장 겸 마케팅 최고책임자가 2013년 1월 3일 앤드루 쿠오모 당시 뉴욕주 지사의 홍보 담당자로 일하던 모습.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사내 연애가 들통나는 바람에 미국 CNN 방송 사장 직에서 2일(이하 현지시간) 물러난다고 발표한 제프 주커가 2019년 12월 뉴욕의 CNN 히어로즈-올스타 트리뷰트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상대였던 골러스트 수석 부사장 겸 마케팅 최고책임자가 2013년 1월 3일 앤드루 쿠오모 당시 뉴욕주 지사의 홍보 담당자로 일하던 모습.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제프 주커(56) 미국 CNN 방송 사장이 열 살 아래 동료 임원과의 사내 연애를 숨겼다가 9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2일(현지시간) 일간 뉴욕 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주커 사장은 전직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에 관한 회사 측의 조사 과정에 자신과 동료 임원의 관계가 드러나자 사임을 결정했다고 메모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밝혔다. 주커 사장은 “크리스 쿠오모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나도 20년 넘게 함께 일한 가장 가까운 동료와 합의 하에 맺은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면서 “관계가 시작됐을 때 그 사실을 공개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주커 사장은 “그 결과 오늘 물러나기로 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함께 멋진 9년을 보냈다. 내 임기가 다른 식으로 끝나기를 바랐지만, (CNN에서의)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주커 사장과 연애를 한 동료는 앨리슨 골러스트 CNN 수석부사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라고 NYT가 보도했고, 나중에 CNN도 인정했다. 골러스트 부사장은 “제프와 난 20년 넘게 가까운 친구이자 직업상 파트너였다”면서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되면서 우리 관계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적당한 시기에 관계를 밝히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면서도 자신은 CNN에 계속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커 사장은 2018년부터 별거한 전 부인과의 사이에 네 자녀가 있으나 이혼했고, 골러스트도 남편과 두 딸을 뒀으나 최근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결혼한 상태에서 불륜을 저질렀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미디어와 방송계에서 가장 힘 있는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주커 사장은 최근 몇 달 동안 자사의 간판 앵커였던 크리스 쿠오모를 감쌌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친형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의 성추문 대응에 관여하고 조언한 것으로 드러나 해고됐다.

NBC유니버설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뒤 2013년 CNN에 합류한 주커 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개 설전을 벌여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미디어 경영인이다. 주커 사장의 이날 사임은 모회사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을 앞두고 발표됐다. 워너미디어의 뉴스·스포츠부문 의장인 주커 사장은 최근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CNN+ 출범 준비에 공을 들여왔다.

영국 BBC에 따르면 그는 NBC에서 일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견습생)’를 승인했다. 또 CNN에 옮겨와 지난해 1월 6일 의회 폭동을 계기로 정기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최고의 업적으로 꼽아왔다. 그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에 너무 많은 기자를 배치했다는 이유로 편파적이란 비난을 들었다. 하지만 당시 늘어난 구독자가 올해 같은 기간 90%가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골러스트는 2012년 크리스 쿠오모의 홍보 담당으로 영입돼 4개월쯤 일한 뒤 다음해 주커 사장이 취임한 뒤 곧바로 임원으로 스카웃됐다. 두 사람 모두 쿠오모 가문과 밀접한 관계로 CNN 임원에 올랐는데 이 가문 때문에 뜨거운 사이임이 들통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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