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이권 독점한 ‘석유방’ 출신 20명
부패 의혹으로 사법처리설이 도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의 정치적 기반인 ‘석유방’(石油幇) 세력이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수십 개 세웠다는 주장이 나왔다.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공동취재를 통해 푸청위(傅成玉)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시노펙·SINOPEC) 회장 등 3대 국영석유기업 전·현직 임원 20명이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만든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1995년부터 2008년 사이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30개를 설립했다.
석유방이란 시노펙,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중국석유·CNPC),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 국영석유기업 출신의 권력집단이다.
저우융캉 등 석유방 세력은 막대한 이권을 바탕으로 당 상층부로 진입하며 태자당(太子堂·혁명 원로 자제 그룹) 등과 함께 중국 정치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내걸며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인식된 석유방 주축들이 줄줄이 체포되고 실각하는 고초를 겪는 중이다.
ICIJ에 따르면 푸청위 시노펙 회장은 2006년 CNOOC 대표로 재임 중 버진아일랜드에 ‘오아시스에너지’란 유령회사를 세웠다. 양후아 CNOOC 부회장은 같은 해 버진아일랜드에 ‘가랜드인터내셔널트레이딩’이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CNOOC 인터내셔널의 팡즈 부회장도 ‘신웨롄핑’ 등 두 개의 페이퍼컴퍼니에 각각 등기이사·주주로 등록돼 있는 등 CNOOC의 전·현직 임원 11명이 21개의 페이퍼컴퍼니에 이름을 올렸다.
CNPC의 자회사 쿤룬에너지의 장보원 회장 등 CNPC 전·현직 임원 15명 역시 7개의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이들 석유방 출신이 만든 유령회사 중 자회사로 공식등록된 곳은 5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25개의 정체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다.
뉴스타파는 “이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목적이 단순히 세금회피나 국제거래상 편의를 위해서였다기보다, 불법자금 세탁과 공금횡령을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ICIJ는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공무원·국영기업 임직원이 약 1천200억 달러(약 128조원)를 조세회피처 등 외국으로 빼돌렸다는 인민은행 보고서를 인용하며 “국영석유기업이나 임직원이 불법행위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없지만, 조세회피처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들이 세운 유령회사의 용도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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