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전날 밤 위안랑(元朗) 전철역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흰색 상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건장한 남성들은 밤 6시쯤부터 위안랑 역 근처를 배회하다가 밤 11시쯤 역사를 급습해 금속 막대기와 각목 등을 휘두르며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은 이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면서 송환법 반대 시위에 불만을 품은 친중파의 소행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CMP는 이들이 폭력조직인 삼합회 조직원들로 보였다고 전했다.
역사는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들은 정차한 전철의 객차로 피신한 승객들까지 쫓아가 막대기를 휘둘러 객차 안에서는 많은 승객이 비명을 질렀다. 입법회 린줘팅(林卓廷) 의원과 한 여성 기자 등 다수가 부상했다. 영국 BBC는 부상자 숫자가 36명에 이른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를 전했다. 플랫폼 주변에는 부상자들이 흘린 핏자국이 곳곳에 남았다.
흰옷 남성들의 폭력 행위는 오후 11시 30분쯤 경찰관들이 도착할 때까지 30여분 계속됐다. 일부 시민은 경찰이 현장에 너무 늦게 도착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22일 새벽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법에 의해 지배되는 홍콩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정부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강력히 규탄하며 심각히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는 그동안과 달리 처음으로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에 몰려가 국가 상징물인 휘장에 먹칠하는 등 강한 반중 감정을 표출했던 터였다. 중국 정부는 심야에 긴급 성명을 내고 일부 시위대의 이런 행동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행위라면서 강력한 경고를 했다.
주최 측은 43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13만 8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빅토리아공원에서 플레이그라운드까지 이어진 집회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시위대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도로를 점거한 채 대법원 청사와 정부 청사 방향까지 나아가면서 해산에 나선 경찰과 시위대가 곳곳에서 충돌해 부상자도 속출했다. 시위대는 경찰에 벽돌 등 물건을 던지면서 맞섰고 방독면과 헬멧, 방패로 무장한 경찰은 최소 수십발의 최루탄을 쏘면서 진압에 나섰다.
한편 홍콩 경찰은 19일 밤 췬안 지역의 한 공장 건물을 급습해 고성능 폭발 물질인 TATP(트라이아세톤 트라이페록사이드) 2㎏ 등 각종 무기를 소지한 27세 남성을 검거한 데 이어 관련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 처음에 체포된 용의자는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단체인 홍콩민족전선의 조직원으로 전해졌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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