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생생리포트] 32년 만에 빅토리아 공원 집회 무산
자오쯔양 생가 곳곳에 사복경찰 배치
골목 밖에서도 무전기 들고 행인 살펴
“中청년 틱톡에만 열광… 톈안먼 몰라”
6·4 톈안먼 민주화시위’(톈안먼 사태) 32주년인 지난 4일 홍콩대에서 학생들이 ‘수치의 기둥’ 동상을 청소하고 있다. 수치의 기둥은 1989년 톈안먼 사태 때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는 조각물이다.
홍콩 AP 연합뉴스
홍콩 AP 연합뉴스
자오쯔양이 실각 뒤 가택연금당했던 푸창후퉁 6호 사합원.
프리랜서 작가 가오위 트위터 캡처
프리랜서 작가 가오위 트위터 캡처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 32주년에도 깊은 침묵을 지켰다. 사회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기에 과오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 브리핑에서 ‘톈안먼어머니회’(유가족 모임)가 유혈 진압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는 말에 “신중국 건국 70년 만에 이룬 위대한 성취는 우리가 선택한 발전의 길이 옳았음을 증명한다”며 “1980년 말 발생한 정치 풍파(톈안먼 시위)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유아시아방송(RFI)은 허난성의 한 역사학자 말을 인용해 “중국 청년들이 ‘더우인’(틱톡)에 열광할 뿐 ‘6·4’는 거의 모른다”며 “교과서에서 톈안먼 사태가 지워졌기에 학생들이 이를 알 방법이 없다. 설사 일부가 이를 전해 듣고 웨이보 등에 올려도 당국의 검열로 삭제되거나 애국주의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는다”고 전했다.
홍콩에서도 톈안먼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집회가 불허됐다. 해마다 6월 4일 오후 8시면 시내 중심 빅토리아공원에서 톈안먼 시위를 추모하는 수만 개의 촛불이 켜졌지만, 이날은 홍콩 당국의 원천봉쇄로 32년 만에 처음으로 공원 내 집회가 열리지 않았다.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2년 연속 집회를 불허했다. 그래도 지난해처럼 시민들이 공원으로 몰려갈 것을 우려해 공원을 봉쇄하고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빅토리아공원 주변을 비롯해 몽콕, 침사추이 등 곳곳에서 시민들이 ‘소규모 촛불 시위’를 벌였고, 이에 경찰이 주동자들을 체포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도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2021-06-07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