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빈과일보 “직원 안전 위해 문닫아”
오늘 마지막 발간… 홈피 업데이트 중단
“26일 폐간” 몇시간 만에 폐간 더 당겨
美·英·EU “반대 목소리 재갈” 맹비난
지난 26년 동안 홍콩의 민주화를 앞장서 부르짖은 빈과일보를 아끼는 시민들이 24일 새벽 사옥 앞에 몰려와 마지막으로 발간된 신문 1면을 펼쳐 보이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빈과일보 모기업인 넥스트디지털 이사회는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현재 홍콩을 장악한 상황을 고려한 결과 늦어도 토요일인 26일에는 마지막 신문을 발간할 것”이라며 “온라인 버전도 늦어도 26일 밤 11시 59분 이후로 접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빈과일보 경영진은 직원들의 안전과 일손 부족 상황 등을 고려해 신문 발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리핑’이란 필명으로 활동해 온 융칭키 논설위원이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외세결탁) 혐의로 경찰에 추가 체포된 게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홍콩 정치계와 시민사회에 이어 언론계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언론 전문가들은 빈과일보 폐간이 홍콩 언론환경을 급격히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홍콩 당국이 홍콩보안법을 이용해 반대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렸다고 맹비난했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빈과일보는 의류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한 사업가 지미 라이(黎智英)가 1995년 6월 20일 창간했다. 사주인 지미 라이도 2014년 ‘우산혁명’과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홍콩 민주진영 인사로 주목받았다. 지미 라이 사주를 비롯한 넥스트디지털 고위인사들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21-06-2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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