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는 미국의 중국 공습 맞서 싸운 항전”
‘북한의 남침’ 한미 역사관과 상이하게 달라
남북한군 나오지 않고 중국군·미군만 등장
오는 16일 한국에서 개봉되는 ‘1953 금성 대전투’ 영화 포스터. 오른쪽은 중국 애국주의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우징(47).
이 영화는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항미원조 전쟁’(6·25) 70주년(10월 25일)에 맞춰 개봉됐다. 당시 기자는 베이징의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중국 애국주의 영화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전랑’(늑대전사) 시리즈에서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우징(47)이 출연한다.
그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고지도자로는 20년 만에 한국전 70주년 행사에서 직접 연설을 하는 등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중국 문화계도 이에 발맞춰 한국전쟁 관련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쏟아냈다. ‘1953 금성 대전투’도 이 가운데 하나였다. 우리나라의 ‘포화 속으로’(2010)나 ‘봉오동 전투’(2019)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4억 위안(약 680억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다. 도시 전광판 광고를 도배하다시피 해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베이징 시내의 버스 정류장에 게시된 ‘진강촨’ 광고.
중국 당국이 공무원과 학생들에게 애국주의 영화 관람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던 때였지만, 100여명을 수용하는 극장에는 10명 정도만 앉아 있었다.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다만 짜임새가 탄탄했고 연출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일부 여성 관객은 영화에 큰 감동을 받은 듯 내내 눈물을 흘렸다. 진강촨은 유명 예매 서비스 ‘메이투안’에서도 평점 9.4점(10점 만점)으로 1위를 기록하는 등 중국 내 평가가 좋았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에는 한국군이나 북한군은 나오지 않는다. 오직 인민지원군과 미군만 등장한다. 이 영화가 철저히 미국을 겨냥해 반미의식을 고취하려고 만들었음을 보여 준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의 끊임없는 압박으로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한 때였다. 제작사가 이 영화를 기획한 지 3개월여만에 촬영을 마치고 개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이 없었다면 ‘1953 금성 대전투’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영화 ‘1953 금성 대전투’의 한 장면.
영화의 배경인 ‘금성전투’는 1953년 6~7월 강원 화천군과 철원군 일대 영토를 두고 국군과 유엔군 40만명이 중국군에 맞서 싸운 전투다. 국군 1701명이 전사하고 4136명이 실종됐으며 754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193㎢의 영토를 북한에 빼앗겨 ‘뼈아픈 전투’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중국군은 대표적인 승전 사례로 선전한다.
영화 속에서 미군은 ‘남의 나라 전쟁’에서 하루 빨리 빠져 나오기만을 바라는 비겁한 존재로 묘사된다. 친구(북한)를 위해서 목숨을 건 중국군과는 태도 자체가 다르다. 영화 마지막에 우징이 “우리가 항미원조 전쟁에서 완벽히 승리해 조선반도를 해방시켰다면 (남북한) 인민들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할 때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조금 섬뜩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가난했던 1950년대 미국과의 전쟁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것은 신냉전 상황에서 중국 인민들의 반미 정서와 투지를 키우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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