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미만에게는 “직업교육 받아라” 미적용…530만명 혜택
독일이 내년부터 모든 직종에서 시간당 8.5 유로(한화 약 1만2천원)의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기로 확정했다.독일 연방 하원은 3일(현지시간) 정부가 입안한 최저임금제 도입에 관한 법안을 표결을 통해 압도적인 찬성으로 승인했다.
최저임금제 전면 도입은 사회민주당(SPD)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교민주당(CDU)과 대연정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지난해 12월 연정 출범 이후 전면 시행과 단계적 시행 등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양당이 갈등을 겪였다.
시간당 8.5 유로는 프랑스의 9.53 유로(1만3천원)보다는 적지만, 영국의 7.91 유로(1만800원)보다는 많다.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500만명이 넘는 저임금 노동자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월 독일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독일 노동자 7명 중 1명꼴인 530만명이 시간당 8.5 유로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비율이 옛 서독 지역에서는 전체 근로자의 14%에 그치지만, 옛 동독 지역에는 24%로 동서간 편차가 크다.
18세 미만 노동자에게는 안정된 고용보다 직업훈련이 더 필요하다는 뜻에서 최저임금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1년 이상 일을 하지 않은 노동자도 새 일자리를 구한 뒤 첫 6개월간은 최저임금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
사민당 소속인 안드레아 날레스 노동장관은 이날 하원의 법안 표결에 앞서 “힘들게 일하면서 낮은 보수를 받고 보호받지도 못하는 수백만 근로자의 현실은 이제 끝났다”고 강조했다.
중도 진보 성향의 주요 일간지인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역사적인 개혁이다. 미용사로 일하거나 음식점에서 맥주를 나르는 사람들이 이제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고 환영했다.
그동안 이 제도 도입에 반대해온 독일무역협회(DGB)의 라이너 호프만 회장도 “최저임금제가 일자리를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유럽의 이웃 국가들과 미국 등에서 입증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 일간지 벨트는 “정부가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고 (최저임금이라는) 경품으로 시장 경제를 침몰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독일이 최저임금제를 도입함에 따라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중 스위스 등 6개로 줄게 됐다.
독일은 건설과 건물청소 등 일부 산업분야에 최저임금제를 적용해왔으나 산업 전반에 법정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지는 않고 노사 자율에 임금협상을 맡겨왔다.
노조의 교섭력이 상당한 독일의 노사문화에서 최저임금제 없이도 최소한의 노동자 보호가 가능했던 데다 노동계에서도 최저임금제가 직종과 직장, 지역별 상황을 반영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메르켈 총리 역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직원 해고를 우려해 최저임금제에 반대해왔지만 지난해말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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