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 50일’ 실패한 러·분투한 우크라… 전쟁 장기화에 멀어진 평화

‘침공 50일’ 실패한 러·분투한 우크라… 전쟁 장기화에 멀어진 평화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04-14 10:27
수정 2022-04-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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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키이우 함락 실패하고 북부서 후퇴
미훈련 징집병·지휘 부실 등 약점 노출
우크라, 서방 지원에 힙입어 전쟁서 선방
장갑차 등 공격용 무기 지원 논의 확대
돈바스에 양국 병력 집중되며 결전 앞둬
평화협상은 보름 넘게 후속 회담 무소식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러시아군의 침공을 피해 피란길에 오른 한 소년이 아버지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2.4.13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러시아군의 침공을 피해 피란길에 오른 한 소년이 아버지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2.4.13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4일로 개전 50일을 맞았다. 당초 러시아의 신속한 승리가 점쳐지기도 했으나 개전 직후부터 러시아군의 부실한 전력이 드러나며 전선은 고착되고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공세를 집중하는 ‘2단계 작전’으로 군사작전을 전환하고,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지켜낸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공세를 펴면서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지난 2월 24일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과 동시에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의 군사시설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키이우 점령을 목표로 우크라이나 북부로 밀려든 러시아군은 하루 만에 키이우 북쪽 32㎞ 지점까지 접근했다. 크림반도를 벗어난 군대는 남부 점령에 속도를 냈고,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시크) 지역에서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과 함께 협공을 폈다. 이때까지만 해도 빠르면 이틀 안에 키이우가 러시아에 함락될 것이란 관측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소도시 부차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전차가 파괴된 채 버려진 거리를 걷고 있다. 2022.4.6 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소도시 부차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전차가 파괴된 채 버려진 거리를 걷고 있다. 2022.4.6 AP 연합뉴스
그러나 전장에서 드러난 러시아군의 전투력은 예상을 한참 밑돌았다. 구식 무기와 훈련 안 된 징집병을 앞세운 러시아군은 진격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 반면, 서방의 무기·자금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키이우 등 주요 도시를 지켜냈다.

러시아군은 전쟁 초반부터 보급에 차질을 빚는가 하면, 각 지역의 부대가 통합 현장 지휘 대신 모스크바의 원격 지휘를 받은 결과 병력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전쟁 발발 이후 지난 11일까지 러시아군 1만 9600명이 전사했고 전투기 157대와 전차 742대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과장된 발표일 수 있으나 러시아군이 입은 타격이 크다는 데엔 이견이 거의 없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한 여성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아파트 앞에 앉아 있다. 2022.4.13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한 여성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아파트 앞에 앉아 있다. 2022.4.13 로이터 연합뉴스
한때 접점을 찾아가는 듯 보였던 평화협상은 러시아가 군사 전략을 바꾸고, 민간인 집단학살 등 러시아군의 만행이 드러나면서 논의가 사그라든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5차 평화협상을 끝으로 보름 이상 후속 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다.

키이우 점령과 우크라이나 친러 정권 수립 등 목표 달성에 실패한 러시아는 개전 당시부터 표면적인 명분으로 내세웠던 ‘돈바스 해방’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집중해 실질적인 성과를 올린 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러시아군 남부군관구 사령관인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장군을 야전사령관에 최근 임명했다. 러시아군이 이번 전쟁에서 야전사량관을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보르니코프 장군은 2015년 시리아 내전 당시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행위를 지휘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를 돌아보며 회담하고 있다. 2022.4.9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를 돌아보며 회담하고 있다. 2022.4.9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영토 수호를 넘어 친러 반군에 내준 돈바스 탈환까지 노리며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방은 전쟁 초기 무기 지원을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등 방어용 무기에 한정했지만, 최근 공격용 무기 지원 논의가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8억 달러(약 9천 800억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 중 처음으로 키이우를 방문해 장갑차 120대 등 1억 파운드(약 16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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