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12세 소녀 물 긷다 탈수 증세로 숨져
인도가 연일 섭씨 45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20일 현지언론 매체와 AP 통신에 따르면 남부 텔랑가나와 안드라프라데시 주, 동부 오디샤 주 등에서 이달 초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최근 3주간 160명 이상이 숨졌다.
텔랑가나 주에서 66명, 안드라프라데시 주에서 45명, 오디샤 주에서 55명이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인도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억3천만명이 지난 5개월간 가뭄으로 식수와 용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인도 정부는 밝혔다.
가뭄 피해는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부터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남부 카르나타카 주 등 인도 전역에서 나타났다.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비드 마을에서는 지난 17일 최고 42도 더위 속에 12세 소녀가 물을 긷기 위해 집에서 500m 떨어진 물펌프까지 다섯차례 왕복하다가 탈수증세로 쓰러져 숨졌다고 NDTV가 보도했다.
텔랑가나주 주도인 하이데라바드에서는 식수 공급원으로 쓰이는 저수지 가운데 4곳이 말라 물 수요의 절반밖에 공급하지 못한다며 이틀에 한 번씩 급수를 한다고 텔랑가나주 도시행정장관이 밝혔다.
마하라슈트라주도 지역에 따라 일주일에 60시간씩 단수를 하고 있다. 주 내의 라투르 지역 등에는 물을 끌어올 방법이 마땅하지 않자 50량의 급수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물 부족 탓에 해당 지역의 법원은 대량의 물이 소비될 크리켓 시합을 다른 곳에서 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동부 오디샤주는 열파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지난 11일부터 26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웨스트 벵골 주에서는 물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인도 연방 정부는 가뭄피해 농촌지역 지원을 위해 농촌 고용기금을 활용해 이달에만 1천955억 루피(3조3천450억원)의 자금을 풀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 대법원은 연방 정부가 기본적으로 가뭄 문제와 관련해 각 주정부가 책임질 일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자금 지원에만 그치지 말고 좀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라다 모한 싱 연방 농업부 장관과 에크나트 카드세 마하라슈트라주 농업·재정부 장관은 최근 가뭄 피해 마을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임시 헬기 착륙장을 만든다며 1만ℓ 이상의 물을 낭비했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판카자 문데 마하라슈트라주 농촌개발부 장관도 가뭄 피해지역을 방문해 셀카(자가촬영 사진)를 찍는 모습을 보여 시민의 질타를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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