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현대적 해석은 좋지만…

[연극리뷰]‘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현대적 해석은 좋지만…

입력 2010-04-05 00:00
수정 2010-04-0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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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욕망의 무게는 어느 정도 될까.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파멸의 나락으로 이끌기도 하는 욕망.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각기 다른 세 인물의 욕망의 충돌을 이야기한다. 영화로도 제작된 고전 중의 고전이지만, 연극 무대에 더 잘 어울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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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 무대에 오른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2010년 오늘을 사는 관객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한다. 번역 대본도 요즘 감각에 맞게 세련되게 다듬어졌고, 캐릭터도 보다 입체적으로 재해석됐다.

작품은 몰락한 명문가 출신인 블랑시가 농장과 저택을 잃은 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여동생 스텔라가 살고 있는 뉴올리언스의 ‘낙원’에 오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곳은 그녀가 생각하던 낙원과는 영 거리가 멀다. 블랑시는 초라한 현실에 안주해 버린 동생도 마음에 들지 않고, 동생의 남편 스탠리와도 사사건건 부딪힌다.

블랑시는 동생과 함께 화려했던 과거를 공유하며 자신의 현실을 위로받으려 애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자 새로운 남자들에게 기대 외로움을 잊으려고 한다. 자신을 정신병원으로 데려갈 의사에게 “당신이 누군지 몰라도 난 언제나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해 왔어요.”라고 말하는 블랑시의 대사는 그녀의 불안한 욕망을 표출한다. 이에 반해 동생 스텔라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인물이다. 화려한 고향집을 버리고 자신의 뜻대로 폴란드 이주노동자와 결혼한 그녀는 언니와 달리 현실에 적응하는 데서 만족을 찾는다.

스탠리는 작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난폭한 왕처럼 굴며 자신의 거친 욕망을 드러낸다. 이석준은 때론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스탠리의 호흡을 객석까지 전달한다. 현대적으로 해석한 만큼 고전의 깊은 맛은 떨어지고, 후반부로 갈수록 극적 몰입도는 떨어지지만, 블랑시 역에 더블캐스팅된 배종옥의 발랄하고 입체적인 연기와 내면으로 젖어드는 이승비의 연기는 서로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5월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766-6007.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0-04-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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