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감사… 그리고 은사 윤복희와의 듀엣무대
공연 뒤 진짜 공연이 있었다.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에서 열린 ‘강효성의 마리아 마리아’ 공연. 마리아역을 7년간 맡아왔던 뮤지컬배우 강효성(48)이 무대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981년 4월1일 데뷔한 지 딱 30년 되는 날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는 감정이 북받친 듯 마지막 곡 ‘기억하라, 마리아’는 절반쯤 부르다 말았다. 노래 아닌 울음이 나올까봐 끝내 입을 제대로 열지 못했다. 예수역을 맡은 상대배우 이필승도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그러니 시원할 법도 한데 딱 한번 눈물이 핑 돌았다. “1981년 뮤지컬이 뭔지도 모르던 저를 덜컥 뽑아준 시립가무단의 최창곤이란 분이 계세요. 몇해 전 제 꿈에 나오신 거예요. 큰 가방을 열어서 검은색 기타 하고 지팡이 같은 것들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열심히 잘 하라고 다독여 주시다가 가시더군요. 근데 그날 그분이 돌아가신 거예요.” 공연화장을 의식해서인지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그렇게라도 한번 얼굴 보여주고 가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공연이 끝난 뒤 강효성은 본격적인 감사 릴레이에 나섰다. 1984년 첫 주연 ‘춘향’을 맡겨줬던 강대진 등 인연 맺은 사람들을 줄줄이 무대 위로 불러내 조그만 선물을 건넸다.
클라이막스는 윤복희의 등장. “예쁜 옷도 많이 물려주고 노래도 가르쳐줬던 나의 태양”이라는 강효성의 소개에 멋쩍은 듯 무대에 올라섰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 ‘여러분’을 불러 달라는 갑작스러운 요청에 윤복희는 “네 무대에 내가 왜 노래부르냐.”더니 그래도 흔쾌히 마이크를 집어든다. 윤복희를 잘 모르는 젊은 관객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아직도 녹슬지 않은 시원스러운 가창력에 곧 반해버린 듯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2절은 강효성의 차례. 무대 위 화려한 제스처와 카리스마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오디션 보러온 배우지망생처럼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불렀다. 감사의 뜻이었다. 뮤지컬 1세대와 1.5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두 배우는 그렇게 무대에서 하나가 됐다. 물론 이날 관객들도 간단한 생큐 메시지가 든 휴대전화 장식품과 강효성의 사인을 감사의 선물로 챙겨갈 수 있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04-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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