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미라’ 발굴부터 해포(解布)까지

‘오산 미라’ 발굴부터 해포(解布)까지

입력 2010-05-13 00:00
수정 2010-05-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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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양호해 탄성…하체 일부 부패엔 아쉬움생생한 바늘집 등에 플래시 세례

지난 8일 오후 1시께 경기도 오산 가장2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

 나무 밑동이 듬성듬성 남아 있는 구릉 꼭대기에 김우림 울산박물관추진단장,김한겸 고려대 교수팀,권영숙 부산대 교수팀,서경문화재연구원 직원들이 모여 발아래 구덩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지난 2002년 경기 파주시 교하읍 파평 윤씨 정정공파 묘역의 ‘모자(母子) 미라’를 발굴,연구한 이들이 9년 만에 다시 모인 까닭은 공사 현장에서 조선시대 회곽묘(灰槨墓)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

 공사장에서 문화재 시·발굴 조사를 하다가 나온 이 회곽묘는 물이 닿지 않는 평지에 있었고 회를 바르는 작업으로 수백년 간 공기가 통하지 않게 보존이 잘된 상태였다.

 굴착기로 관을 들어내 응달로 옮긴 조사단은 목관을 열어보기 전에 미라가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미 확신했다.

 관뚜껑의 한쪽 끝을 살짝 열자 여기저기서 “소나무 관 냄새가 난다.미라 냄새다”라는 탄성이 연달아 나왔다.

 햇볕에 관이 노출되면 복식 등의 색이 금방 변하기 때문에 조사단은 고대 구로병원으로 내관을 옮기기로 하고 구급차를 불러 관을 싣기로 했다.

 하지만 크기가 맞지 않아 결국 포터에 관을 싣기로 하고 상하지 않도록 잘 포장해 서울의 병원 부검실까지 옮기는 수송작전을 벌였다.

 이튿날인 9일 오전 8시께 한 자리에 다시 모인 조사단은 내관 뚜껑을 열고 시신을 꺼내 각종 염습의(殮襲衣)를 하나씩 벗겨 내는 해포(解布) 작업을 시작했다.

 보공품(補空品)에서 초반에 바지와 적삼,누비바지,도포 등 남자 옷이 계속 나오자 한쪽에서는 “부부가 너무 사랑했나보다”는 재치성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손발톱을 깎아서 넣은 주머니,바늘집 등은 무늬가 그대로 살아 있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오전 10시35분께 보공품을 다 빼내고 마침내 관에서 미라를 들어내고서도 대렴의,소렴의를 한 겹씩 벗기고 또 벗기는 작업은 3시간 넘게 걸렸다.

 작업한 지 한참이 지난 오후 3시께.마지막 수의를 살짝 아래로 끌어내리자 미라의 귀와 목 부위가 드러나 수의 형체 안에 미라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마침내 확인됐다.

 다소 검게 변한 피부가 피부결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채였다.얼굴에 씌워진 천을 벗기자 움푹 팬 광대뼈와 윤기가 남은 이가 그대로 보였다.

 그러나 수월하게만 진행됐던 해포 작업은 이때부터 몇 차례 고비를 맞았다.

 피부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유의하면서 수백년 간 입혀져 있던 상의를 한꺼번에 벗겨내야 했는데,왼쪽 다리가 부패해 수의를 벗길 때 피부가 많이 떨어져 나간 것.

 상체 상태가 매우 좋아 여느 미라 조사 때보다 기대가 컸던 조사단은 하체 일부가 다소 부패한 것을 보고 약간의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수십 차례 현장에 출동해도 완벽한 복식을 갖춘 양호한 상태의 미라를 만나기 어려운데 관이 묻혀 있던 상태가 아주 좋아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컸기 때문이다.

 이처럼 발굴부터 목관 수송,해포까지 이틀이 꼬박 걸려 모든 작업을 마치고 부산대팀은 하나씩 정성스레 수습한 복식을 부산대로 옮겨가 연구를 시작했다.고려대 팀은 채취한 각종 샘플의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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