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오케스트라 ‘세종나눔 앙상블’ 오디션 가보니… 45명 모집에 130명 몰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감히 프로가 되겠단다. 생업이 있는 아마추어들이지만 악기가 좋다 못해 오케스트라 단원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말한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한끝 차이라고.지난 26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세종나눔 앙상블’ 오디션 참가자들의 얘기다. 앙상블은 2008년 11월 조직됐다. 바쁜 일상에 묻혀 연주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반인들에게 악단에 몸담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사회 봉사의 목적도 있다. 45명의 단원을 뽑는 이날 오디션에는 130명이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일반인에게 오케스트라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세종나눔앙상블의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이 김영경(뒤)의 연주를 경청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 제공
공연기획 프리랜서로 일하는 차수정(31)씨. 대학시절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차씨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음악이 좋아서다. 하지만 세종나눔 앙상블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직접 문화 소외계층을 찾아가거나 공연 수익을 ‘사랑의 집짓기 운동’ 등에 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외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세종 꿈나무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자원 봉사자로 활동하기도 한다. “비록 전공자는 아니지만 음악을 통해 봉사를 할 수 있어 좋아요. 보잘 것 없는 재능이라지만 그게 어딘가요.”
오디션장은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살벌한 분위기다. 모두들 초긴장 상태. 대기실에서 연습할 때는 말 붙이기도 어렵다. 인터뷰도 마다한다. 결국 오디션이 끝나서야 겨우 몇가지 얘기를 들을 수 있을 정도. 특히 오디션이 평일 오후에 있었던지라 “회사에서 알면 안 되거든요….”라며 퇴짜를 놓기도 했다.
# “악기는 마음의 양식”
오디션이 끝나고 한숨을 쉬며 나오는 대학원생 김영경(22)씨.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쉬워요.”라고 웃는다. 김씨 역시 바이올린 주자로 지원했다.
그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열혈 악기 마니아. 심리학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줄곧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을 정도. 심지어 고등학교 3학년 때에도 레슨을 거르지 않았다. “타박도 많이 들었어요. 전공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계속 배우냐고요. 공부를 해야할 시기에 그래서 되겠냐고. 하지만 악기가 좋은 걸 어떻게 해요.”
김씨는 악기만큼 스트레스를 풀기 좋은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입시다 취업이다 바쁜 일상 탓에 소중한 기회를 잃는 현실이 안타깝다. “선진국에서는 입시에도 불구하고 악기를 하나씩 연주하잖아요. 그들처럼 악기를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이렇게 음악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오디션에 지원한 사람들도 가지 각색이다. 공무원부터 의사, 약사, 교사, 교수, 기자, 방송국 PD, 판사, 변호사, 초등학교 영양사, 바리스타, 전기실 기사까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연령대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 “악기는 딸과의 소통 도구”
첼로 부문에 지원한 치과의사 추정민(35)씨는 딸과 함께 악기를 배우다 오케스트라 단원까지 꿈꿨다. “딸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저도 첼로에 끌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요즘엔 딸도 첼로를 배우고 있답니다.”
선발된 단원들은 매주 금요일 전문 강사진의 파트별 레슨을 거쳐 국내·외 유명 지휘자, 협연자와 연주할 기회를 가진다. 특히 새해에는 통영 음악제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문정수 세종문화회관 홍보부장은 “세종나눔앙상블은 개인의 음악적 성취는 물론, 자신의 재능을 타인에게 기부할 수 있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라면서 “최근 악기 배우기 열풍과 함께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12-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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