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클래식 공연
올해 내한한 해외 오케스트라 가운데 최고의 공연을 펼친 곳은 네덜란드 로얄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RCO)로 선정됐다. RCO는 5명의 클래식 전문가들에게 3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연주자 중에서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38) 내한공연이 최고 무대로 뽑혔다. 오케스트라와 개인 연주자 부문으로 나누어 심사했다.RCO는 2008년 영국 클래식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20’에서 독일 베를린 필과 오스트리아 빈 필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명문 오케스트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2004년부터 마리스 얀손스(67)가 상임 지휘자를 맡고 있다. 지난 11월 내한공연은 전임 지휘자인 리카르도 샤이 이후 14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름값에 걸맞은, 최고의 연주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명불 허전, 올해 최고의 클래식 공연”(류보리), “벨벳 현과 금빛 관의 풍요로운 블렌딩”(류태형), “발군의 합주력과 아련하고 재치있는 따스한 앙상블로 공연장의 청중을 황홀경에 몰아 넣었다.”(이성일)는 평가가 나왔다. 티켓 가격이 올해 내한공연 가운데 가장 비싼 42만원(R석 기준)으로 책정됐으나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다는 얘기다.
2위는 각각 2표를 얻은 노르웨이안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 영국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차지했다. 노르웨이안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이름값은 높지 않았지만 그 실력이 훌륭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협연자와 오케스트라의 빛나는 호흡”(류보리), “덜 알려진 명성에 비해 실속있는 연주”(이상민) 등의 칭찬이 이어졌다.
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공연을 뽑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비판을 주저하는 클래식계의 폐쇄성 탓도 있지만, 유명 단체의 내한공연 유치가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자칫 공연 기획자들의 사기를 더 꺾어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 11월 한국을 다녀간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명성과 실력에 비해 티켓 가격이 과도했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각각 “엉성한 짜임새”와 “협주자와의 호흡 실패”를 이유로 좋은 평을 얻지 못했다.
●손가락 부상 딛고 복귀한 정경화 ‘엇갈린 평가’
‘이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제2의 호로비츠’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아르카디 볼로도스는 올 초(2월) 내한공연을 가졌음에도 세 명의 전문가가 베스트 공연으로 주저 없이 꼽았다. “슈퍼 비르투오소(명 연주자) 다웠다.”(류태형), “놀라운 기교, 섬세한 서정과 짙은 음색의 아름다움”(이성일), “폭풍 같은 파워와 에너지, 온몸에 전율이 이는 공연”(류보리)이란 찬사가 나왔다.
공동 2위는 영국 실내악단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협연한 ‘꽃미남’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43),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2), 트리오 연주회를 펼쳤던 플루티스트 엠마누엘 파후드(40)가 차지했다.
역설적이게도 정경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무대를 보인 연주자 명단에서도 1위(3표)에 올랐다. 손가락 부상을 딛고 5년 만에 복귀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기대만큼이나 아쉬움도 컸다는 반응이다. “불 같은 재능은 여전하지만 테크닉의 한계가 느껴졌다.”, “냉정히 보자면 (부상의 공백을 메우고) 궤도에 오르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전성기 기량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협연한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69)도 “(공연장의) 퍼지는 음향 탓인지 폭발력이 분산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보이스트 알브레히트 마이어(45)는 “젊은 거장이지만 레퍼토리 선정에 실패했다.”, 중국이 낳은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28)은 “쇼맨십이나 기교는 훌륭하지만 안정된 테크닉과 정제된 감성을 끌어내는 훈련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심사위원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이성일·박현모 음악평론가, 이상민 워너뮤직 부장, 류보리 소니뮤직 클래식 담당
2010-12-2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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