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대중은 날 혼내는 부모, 더는 구설 없었으면”

비 “대중은 날 혼내는 부모, 더는 구설 없었으면”

입력 2014-01-02 00:00
수정 2014-01-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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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첫 앨범인 6집 ‘레인 이펙트’로 활동 재개

가수 비
가수 비


배우 겸 가수 비(본명 정지훈·32)는 2002년 데뷔 당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도전의 아이콘’이었다.

지난 10여 년 간 그의 연습량은 후배 가수들에게 전설적인 미담이었다. 가수로 해외 MTV 시상식에서 그랜드슬램을 이뤘고 아시아권의 인기를 등에 업고 미국 ‘타임 100’에도 두 번이나 선정됐다. 배우로 할리우드 첫 주연 영화 ‘닌자 어쌔신’으로 미국 ‘MTV 무비 어워즈’에서 상도 받았다. 싸이와 아이돌 그룹의 성공에 앞서 일찌감치 해외에서 우뚝 서며 ‘월드 스타’란 수식어도 따라다녔다.

환호와 박수 속에 살던 그에겐 지난 몇 년간 각종 구설이 따라다녔다. 군 복무 중이던 지난해만 해도 배우 김태희와의 열애 사실이 공개되며 연예병사 군 복무 부실 논란에 휘말려 뭇매를 맞았고, 그가 소유한 건물 세입자와의 분쟁 등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하는 일들이 잇달았다.

각종 논란과 소송에서 무혐의 처분 또는 승소했지만 어느새 감당하기 힘든 악플이 쏟아졌다. 그로 인해 지난해 7월 제대한 그는 연예계 복귀를 앞두고 심리적인 부담이 컸다.

2일 정규 6집 ‘레인 이펙트’(Rain Effect)를 발표한 그는 최근 청담동에서 한 인터뷰에서 “열심히 살았지만 내 맘 같지 않았다. 더 이상의 구설수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속내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난 몇 년간 사실이 아닌 일이 사실이 되고 진실은 감춰지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대중은 부모라고 생각하니 억울해야 할 이유가 없더군요. 가진 것 없는 놈 밥 먹여주고 재워주며 비란 이름으로 낳아주고 길러준 사람들이 곧 대중이니까요. 부모는 자식을 사랑할 때도 있지만 질타하고 매를 들 때도 있잖아요. 변명하지 않고 조용히 혼난 뒤 나중에 좋은 작품과 활동을 보여주며 ‘어머니, 아버지 사실은 이랬어요’라고 다시 인정받고 싶었죠.”

◇ “휴가 일수는 59일…노이즈 일으켜 송구해”

그러나 연예인에게 군 복무 관련 논란은 한번 휘말리면 이미지가 추락하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그는 군 형법상 얘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지만 파장이 컸기에 심경은 꼭 들어야 했다.

그는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국방부, 검찰, 경찰 등 국가 3대 기관에서 조사를 받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휴가 일수도 100일이 넘는다고 하던데 모든 군인이 받는 34일 정기 휴가에 두 번의 특급전사 포상 휴가 등을 합해 총 59일을 받았다. (부대 밖에서) 군모를 착용하지 않은 건 내 잘못이고 7일 근신 처분을 받았다. 파렴치한 행동을 해본 적은 없지만 ‘노이즈’를 일으킨 건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사가 날 때마다 쏟아지는 악플로 인한 마음의 응어리도 있었을 터.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럼에도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니 억울한 마음도 풀어졌어요. 상처도 굳은살이 됐고 제가 많이 어른이 됐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과정을 통해 큰 가르침을 받았다는 그는 모든 걸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5개월간 복귀를 준비하며 데뷔 때보다 더 열심히 연습했고 밤을 새우며 곡 작업을 했다.

그는 “멋지고 화려한 무대가 아닌, 열심히 했던 초기의 나로 돌아가기로 했다”며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잠을 안 자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그러니 마음이 비워졌고 이제 다시 채워넣을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 “30대의 절제된 섹시미, 음악의 다양성으로 승부”

약 4년 만에 선보이는 새 앨범 제목은 ‘레인 이펙트’다.

”비 효과가 거창한 의미는 아니에요.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게 ‘나비 효과’ 잖아요. 제 효과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최선을 다해 작은 날갯짓을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뮤지션으로의 성장을 보여주고자 처음으로 작곡가 배진렬과 함께 전곡을 작사, 작곡했다. 밴드와 함께 녹음하며 사운드에 공을 들였고, 요즘은 비트만 유사해도 표절 시비가 일어나니 미국 업체에서 기계를 사와 유사성을 체크하며 열과 성을 다했다고 했다.

타이틀곡은 두 곡을 내세웠다. 강점인 퍼포먼스를 보여줄 일렉트로닉 힙합 댄스곡 ‘서티 섹시’(30 SEXY)와 대중과의 접점을 찾을 흥겨운 라틴 팝 ‘라 송’(LA SONG)이다.

그는 “’서티 섹시’는 일렉트로닉 힙합곡인데 난 ‘레인 팝’으로 부르고 싶다”며 “요즘의 전자 사운드와 1990년대 유행한 4비트 사운드를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서티 섹시’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복고풍 수트에 10㎝의 하이힐, 뺨에는 진한 키스 마크를 그리고 섹시한 이미지로 등장했다. 무대에서 셔츠를 찢고, 탄탄한 복근을 보여주던 때와 달리 절제된 모습이다.

그는 “무대에서 옷을 찢고 벗는 걸 다 없애고 전투적으로 비주얼을 만들어봤다”며 “키 높이 깔창 대신 힐을 신은 건 30대의 절제된 섹시미, 원숙미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키스 마크는 노래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어서다. 문신을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에게 혼날까 봐 못했다”고 웃었다.

라틴팝을 들고 나온 건 의외의 선곡이다.

”제 노래 중 술 먹고 함께 부를 수 있는 대중적으로 히트한 노래가 없어요. ‘태양을 피하는 방법’에서도 선글라스를 벗으며 ‘습~하’란 제스처만 유행했잖아요. 하하. 브라질 월드컵도 다가오니 함께 즐길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한 광고 업체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도 사용될 예정입니다.”

앨범에는 현아가 피처링한 ‘어디 가요 오빠’, 달콤한 세레나데인 ‘마릴린 먼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디어 마마 돈트 크라이’(Dear Mama Don’t Cry) 등 10곡을 수록해 다양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전작과 유사성 있는 복제품을 만들기 싫었다”며 “수록곡 안에 오케스트라와 협연, 창과 민요도 나오고 밴드와 함께 한 스윙도 있다. 어딜 가면 한국 아티스트라고 할 텐데 창피하기 싫어 별의별 짓을 다했다. 골라 듣는 재미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수록곡 중 연인인 김태희를 떠올리며 쓴 곡이 있느냐고 묻자 “그 친구를 위해 쓴 곡이라기보다 아무래도 마음이 실린 곡은 있다”고 웃었다.

◇ “할리우드선 신인”…”1등보다 ‘비답다’는 얘기 듣고파”

비는 국내 복귀를 앞두고 일본에서 콘서트를 여는 등 해외 활동을 재개했다.

또 할리우드 영화 ‘더 프린스’는 보충 촬영만을 남긴 상태다. 이 영화는 브라이언 A. 밀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액션 스릴러로 비는 냉철하고 용감무쌍한 마크 역을 맡아 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윌리스와 호흡을 맞춘다.

비는 “제이슨 패트릭, 브루스 윌리스, 존 쿠삭, 50센트 등이 출연하는 암흑가의 이야기로 흥행 영화라기보다 장르 물”이라며 “난 브루스 윌리스와 파트너로 매력적인 악당 캐릭터다. ‘배트맨’을 보고 악당 조커에 반해 언젠가는 이런 역을 해보고 싶었다. 아직은 할리우드에서 만년 신인 배우로 계속 오디션을 봐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가수로서는 무대가 작더라도 아시아권을 넘은 활동이 목표다.

”월드투어라기 보다 유럽 등지 아담한 공연장에서 제 노래와 춤을 보여주고 싶어요. 더 넓은 곳에 있는 팬들과 소통해보려 합니다.”

그러나 그는 10여 년간 댄스 가수로 활동하는데 대한 고충도 털어놓았다.

그는 “운동선수처럼 30대를 넘으니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20대에는 춤과 파워였다면 이젠 솔과 그루브(흥)로 승부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도 감지덕지하고 여전히 댄스 가수인 게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새해를 맞으며 제2막을 여는 그는 “이젠 받아들일 줄 아는 비, 더욱 겸손해질 비로 봐달라”며 “앨범의 결과에는 마음을 비웠고 중간 정도만 하자는 생각이다. 잘될수록 그에 따르는 고통이 크기에 잘되고 싶지 않다”고 웃었다.

”흥하든 망하든 저를 받아들여주면 좋겠고 제 노래를 좋아해 주면 족해요. 1등이 목표가 아니라 ‘비답다’, ‘잘했네’란 얘기를 듣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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