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엔터사 레이블 체제 가속…몸집 불리는 이유는

대형 엔터사 레이블 체제 가속…몸집 불리는 이유는

입력 2014-01-06 00:00
수정 2014-01-0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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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 발맞춘 선택…시장 잠식할 ‘공룡 기업’ 탄생 지적도

코스닥 상장사인 연예계 대형 기획사와 음반유통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SM), iHQ,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 등이 ‘히트 콘텐츠’를 보유한 중소 기획사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회사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멀티 레이블’ 체제를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의 소속사 SM은 지난해 8월 계열사인 SM C&C를 통해 인피니트, 넬 등이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울림)를 합병하고 레이블 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iHO가 비스트, 포미닛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지분 50.1%를 165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달 로엔은 조영철 프로듀서가 대표인 ‘로엔트리 레이블’과 새롭게 영입한 작곡가 신사동호랭이가 대표인 ‘콜라보따리 레이블’을 설립해 레이블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어 로엔은 역량 있는 기획사를 레이블로 영입하고자 투자를 검토했으며 최근 씨스타, 케이윌 등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스타쉽)의 지분 70%를 150억원에 인수했다.

CJ E&M도 가수 유성은이 있는 뮤직웍스와 유승우가 있는 UK뮤직에 지분 투자를 했으며 향후 멀티 레이블 화를 고려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지는 배경과 장단점을 짚어봤다.

◇ 코스닥 상장사·종속 레이블 ‘윈-윈’ 카드

그 배경은 코스닥 상장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중소 규모 기획사의 ‘니즈’(Needs)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상장사들은 멀티 레이블을 통해 다량의 콘텐츠를 확보해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매출 규모를 확대하면 주가 상승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SM C&C는 울림 합병을 공시한 당일 주가가 6.12% 급등했고 로엔도 스타쉽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에 다음날 장 초반 상승세를 탔다.

로엔의 한 관계자는 “레이블 화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매출 및 수익 구조 개선에도 긍정적”이며 “추가로 레이블을 설립할 계획이 있어 몇몇 복안을 두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레이블로 종속된 중소 기획사는 K팝의 규모가 확대되자 글로벌 시장에 대비해 대형 기업이 가진 사업 역량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하는 카드로 여기고 있다.

스타쉽의 서현주 이사는 “글로벌 음악 시장에 대비해 사업 규모와 조직 구성에 있어 경쟁력이 강화돼야 할 시점”이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로엔은 성공적인 수직계열화(기획→제작→유통)를 구축해온 회사로, 스타쉽은 독립 레이블로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되 로엔과의 마케팅 협력 등을 통해 K팝 시장의 성장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음악 기업 시스템…레이블 체제 장단점은

레이블 체제는 이미 세계 음악 시장 1, 2위 국가인 미국과 일본에서는 구축된 시스템이다.

유니버설뮤직그룹, 소니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음악 기업들은 성격이 다른 여러 레이블을 운영해 다양한 아티스트를 확보하며 세계 음악 시장 흐름을 이끌고 있다.

유니버설뮤직그룹은 레이디 가가·에미넴·로빈 시크·윌.아이엠 등이 소속된 인터스코프레코즈, 마이크 올드필드·섹스 피스톨스가 소속된 버진레코즈, 비치 보이스·케이티 페리가 소속된 캐피톨레코즈, 스매싱 펌킨스가 소속된 캐롤라인레코즈 등을 산하 레이블로 보유하고 있다. ‘강남스타일’로 세계 시장을 강타한 싸이도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의 ‘유니버설 리퍼블릭 레코드’와 음반 유통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다.

소니뮤직그룹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알.켈리·스콜피온스가 소속된 RCA레코즈, 비욘세·셀린 디온이 소속된 콜롬비아레코즈, 원디렉션·일 디보가 소속된 사이코뮤직, 에이브릴 라빈이 있는 에픽레코즈 등의 레이블을 두고 있다.

워너뮤직그룹도 브루노 마스·제이슨 므라즈가 소속된 아틀란틱, 그린데이·린킨파크가 소속된 워너브라더스레코즈, 뮤즈·데미안 라이스가 소속된 워너뮤직UK, 콜드 플레이·릴리 알렌이 소속된 팔로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워너뮤직코리아의 조혜원 팀장은 “워너뮤직그룹 인터내셔널 부서에서 산하 레이블의 세계 발매 스케줄을 비롯해 마케팅을 관리하고 있다”며 “본사의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다양한 색깔의 뮤지션들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레이블 체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경우 장르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니뮤직코리아의 이세환 차장은 “산하에 록, 힙합 등 장르적 특성이 있는 레이블이 고루 분포돼 있다”며 “레이블은 본사의 자본력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특화된 음악 색을 유지하고 본사는 장르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소개한다. 레이블 체제는 장르 음악을 발전시켜 다양성에 기여하는 시너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이어 “만약 아이돌 음악으로 대변된 SM이 힙합, 록 등 다양한 색깔의 레이블을 둔다면 아이돌 그룹만을 키우는 음악 회사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통해 재미있는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수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레이블 체제를 통한 ‘공룡 기업’이 탄생해 음악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아이돌 기획사 대표는 “음악사이트 ‘멜론’이란 플랫폼을 지닌 로엔은 이미 음반유통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갑’”이라며 “이들 기업의 레이블 체제가 가속화될 경우 콘텐츠 제작 능력은 있되 자금력과 시스템의 한계를 느낀 영세한 중소 규모 기획사들은 살아남고자 잠식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한 인디 레이블의 실장은 “종속된 레이블이 초반에는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더라도 만약 매출이 떨어지면 상장된 모회사의 사정을 염두에 둔 ‘돈 되는 음악’을 생산해야 할 것”이라며 “되려 독립 레이블로 있었을 때보다 창의력이 배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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