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린’서 젊은 개혁군주 ‘정조’ 역
배우 정재영(왼쪽)과 현빈이 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역린’ 제작보고회에서 서로 마주보고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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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충무로는 사극 열풍이다. 100억~200억 원의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이 잇달아 선보인다. 이재규 감독의 ‘역린’은 그 포문을 여는 작품이다.
군 제대 후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하는 현빈의 복귀작.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진출했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 이후 3년 만이며 그의 첫 사극 도전이기도 하다.
’역린’이란 왕의 목에 거꾸로 난 비닐로, 왕의 노여움을 뜻한다. 영화는 왕권이 다소 불안했던 정조 초기를 배경으로 젊은 왕 정조와 정순왕후(한지민)가 이끄는 노론의 대결을 담았다. 현빈이 명민한 젊은 군주 정조 역을 연기했다.
현빈은 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역린’ 제작보고회에서 “시나리오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제대 후 중화권 팬 미팅할 때, ‘역린’의 시나리오를 봤습니다. 호텔 숙소에서 봤을 때 매력을 느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내시 상책(정재영)과 살수(조정석)의 역할도 마음에 들었어요.”
배우 현빈이 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역린’ 제작보고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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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현빈은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칼을 휘두른다. 무인 기질이 다분했던 정조를 연기하기 위해 그는 촬영 전부터 몸만들기에 주력했다. 운동을 했고, 식단을 관리했다.
”시나리오에 ‘세밀한 등 근육’이란 대사가 있어요. ‘세밀한’이란 세 음절 때문에 고민했습니다. 석 달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고, 촬영 때도 매일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했습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2011)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현빈은 드라마 종영과 함께 미련없이 군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연기에 대한 갈증은 커졌다.
”군대에선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3년 만에 촬영에 들어가니 자연히 기대와 긴장이 공존했어요. 그렇게 바랬던 연기를 다시 한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지만,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동시에 있었어요. 첫 촬영이 부담감 없는 워밍업 같은 장면이어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정조는 최근 드라마와 책 등을 통해 조선 왕 중 가장 많이 조명되는 개혁 성향의 군주다.
현빈은 “정조를 다룬 드라마와 영화를 한 편도 보지 못했지만, 그동안 많이 조명됐다는 건 알고 있다”며 “우리 영화는 스물네 시간 안에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과 그 와중에도 자신과 주변을 확고하게 지켜야 하는 한 인물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과는 차별성을 갖는다”고 했다.
배우 현빈이 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역린’ 제작보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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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왕후 역을 맡아 정조와 대척점에 서는 한지민은 “연기생활을 하면서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영화를 선택했다”며 “다만 복장과 말투가 현대극과 달라서 연기하는 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월 개봉한 ‘플랜맨’에서 정재영과 호흡을 맞췄다. 정재영과 현빈 중 누구와 호흡이 더 잘 맞았을까.
”정재영 선배와 했던 영화는 유쾌하고 밝은 영화였어요. 서로의 관계가 편해야만 좋게 나올 수 있는 영화입니다. 반면, ‘역린’에선 정조와 적대적인 관계이다 보니 상대 배우(현빈)와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게 작품에 도움된다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한지민은 제작보고회에서 촬영 전 현빈과 ‘사고’로 우연히 만났던 일화도 소개했다.
”자동차를 몰고 서둘러 가다가 사람이 보여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앞을 보니 상대가 현빈 씨였어요. 제 차를 째려보는 것 같았어요.” (웃음)
”그때 사무실 앞을 지나가다가 차에 치일 뻔 했죠.”(현빈)
TV 드라마 ‘다모’(2003), ‘베토벤 바이러스’(2008) 등을 연출하다 처음으로 영화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실제에 가까운 정조의 모습을 그리려 노력했다”며 “정조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했던 왕이다. 삶에 대해선 세밀하고 섬세하면서도 폭발력 있는 남성성을 지녔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애민(愛民)을 중시하는 군주 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저는 정조라는 사람 자체를 조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오는 30일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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