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과 뮤지컬 극장이 밀집해 있는 영국 런던의 레스터스퀘어에 있는 오데온극장은 건물 외벽 전체가 물바다를 이뤘다.
극장은 지난 10일 노아의 방주를 다룬 블록버스터 영화 ‘노아’의 개봉에 맞춰 대홍수를 상징하는 푸른색 파도 그림으로 건물을 도배하며 흥행몰이에 나섰다.
그런가 하면 12일 프랑스 파리의 서점가에는 유대의 독립과 민중을 위해 싸운 혁명가로서의 예수를 그린 화제의 책 ‘젤롯’(Le ZELOTE)이 진열대에 올라 독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란 출신의 이슬람교도인 레자 아슬란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쓴 ‘젤롯’은 25개국에서 번역됐고 국내에서도 최근 와이즈베리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기독교를 소재로 한 내용의 책과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다. 성경 속의 방대한 역사적 이야기를 글이나 영상으로 풀어내 기독교인은 물론 성경에 익숙지 않은 비종교인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추세다.
이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이야기가 부족해지면서 스케일이 크고 극적인 요소가 강한 성경 속 이야기들이 참신하게 다가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종교적 의미만을 부여했던 이전과 달리 역사적 인물 및 사건에 주목하며 국가와 종교를 초월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노아의 방주를 소재로 한 영화 ‘노아’다. 국내에서도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인 노아는 영국을 비롯해 전통적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와 스페인 등지에서도 화제 속에 개봉되고 있다. 하지만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종교적 논란도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성경 속 인물을 허구로 설정하거나 기존에 제시된 내용과 다르게 해석하며 성경을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성경에는 노아 부부와 세 아들, 세 며느리 등 8명이 살아남는 것으로 기록됐는데 영화에서는 둘째 아들과 어린 셋째 아들의 배우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성경 속 노아는 의롭고 흠이 없는 인물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자신과 가족들 역시 타락한 인간들과 다를 바 없다며 둘째 아들 함의 여자와 손녀까지 죽이려 들고, 살아남기 위해 방주로 달려드는 다른 무고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내치는 냉혹한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책 ‘젤롯’의 경우 교회가 가르치는 예수의 이미지, 즉 ‘사랑과 평화를 가르친 순한 목자’로서의 예수가 아니라 유대의 독립과 민중을 위해 싸운 혁명가로 그려 논쟁을 부르고 있다. 지난 20년간 주요 복음서를 분석하고 수백권의 저작들을 섭렵하며 예수의 진짜 모습을 추적해 그 연구를 바탕으로 집필한 저자는 예수가 민중운동을 일으키다가 로마당국에 의해 처형된 ‘열성(젤럿)적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종교적 편견을 배제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학자적 입장에서 쓴 책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출간과 동시에 2주 만에 1만부 이상 팔리며 판매 순위 20위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 10일 국내에 개봉한 영화 ‘선 오브 갓’은 예수의 출생부터 제자들과의 만남, 고행, 죽음과 부활 등의 일대기를 성경에 근거해 충실하게 그려 교계의 호평을 받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영화 내용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모세와 히브리 백성들의 출애굽기를 다룬 성서 블록버스터 ‘엑소더스’도 올 연말 개봉할 예정이어서 기독교와 성경 속 예수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 사진 런던·파리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국경과 종교를 초월해 성경 속의 인물과 이야기가 문화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노아의 방주를 다룬 영화 ‘노아’의 개봉에 맞춰 건물 전체를 대홍수의 이미지로 도배한 영국 런던 레스터스퀘어의 오데온극장.
국경과 종교를 초월해 성경 속의 인물과 이야기가 문화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프랑스 파리 서점에 진열된 책 ‘젤롯’.
그런가 하면 12일 프랑스 파리의 서점가에는 유대의 독립과 민중을 위해 싸운 혁명가로서의 예수를 그린 화제의 책 ‘젤롯’(Le ZELOTE)이 진열대에 올라 독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란 출신의 이슬람교도인 레자 아슬란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쓴 ‘젤롯’은 25개국에서 번역됐고 국내에서도 최근 와이즈베리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기독교를 소재로 한 내용의 책과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다. 성경 속의 방대한 역사적 이야기를 글이나 영상으로 풀어내 기독교인은 물론 성경에 익숙지 않은 비종교인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추세다.
이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이야기가 부족해지면서 스케일이 크고 극적인 요소가 강한 성경 속 이야기들이 참신하게 다가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종교적 의미만을 부여했던 이전과 달리 역사적 인물 및 사건에 주목하며 국가와 종교를 초월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노아의 방주를 소재로 한 영화 ‘노아’다. 국내에서도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인 노아는 영국을 비롯해 전통적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와 스페인 등지에서도 화제 속에 개봉되고 있다. 하지만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종교적 논란도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성경 속 인물을 허구로 설정하거나 기존에 제시된 내용과 다르게 해석하며 성경을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성경에는 노아 부부와 세 아들, 세 며느리 등 8명이 살아남는 것으로 기록됐는데 영화에서는 둘째 아들과 어린 셋째 아들의 배우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성경 속 노아는 의롭고 흠이 없는 인물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자신과 가족들 역시 타락한 인간들과 다를 바 없다며 둘째 아들 함의 여자와 손녀까지 죽이려 들고, 살아남기 위해 방주로 달려드는 다른 무고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내치는 냉혹한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책 ‘젤롯’의 경우 교회가 가르치는 예수의 이미지, 즉 ‘사랑과 평화를 가르친 순한 목자’로서의 예수가 아니라 유대의 독립과 민중을 위해 싸운 혁명가로 그려 논쟁을 부르고 있다. 지난 20년간 주요 복음서를 분석하고 수백권의 저작들을 섭렵하며 예수의 진짜 모습을 추적해 그 연구를 바탕으로 집필한 저자는 예수가 민중운동을 일으키다가 로마당국에 의해 처형된 ‘열성(젤럿)적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종교적 편견을 배제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학자적 입장에서 쓴 책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출간과 동시에 2주 만에 1만부 이상 팔리며 판매 순위 20위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 10일 국내에 개봉한 영화 ‘선 오브 갓’은 예수의 출생부터 제자들과의 만남, 고행, 죽음과 부활 등의 일대기를 성경에 근거해 충실하게 그려 교계의 호평을 받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영화 내용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모세와 히브리 백성들의 출애굽기를 다룬 성서 블록버스터 ‘엑소더스’도 올 연말 개봉할 예정이어서 기독교와 성경 속 예수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 사진 런던·파리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4-04-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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