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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맥주 소믈리에 자격증 고안10년간 50개국서 10만명 배출
램지 주장에 “광고 의식한 발언”
‘맥주계 아버지’ 레이 대니얼스가 23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만난 ‘시서론’(Cicerone) 창립자 레이 대니얼스(미국)는 지난해 11월 “한식은 자극적이어서 음식 맛을 방해하지 않는 라거 맥주가 잘 어울린다”고 말한 영국의 유명 셰프 고든 램지의 주장을 반박했다. 시서론은 맥주 평가를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공인 맥주 소믈리에 자격증이다. 시서론을 고안한 대니얼스는 ‘맥주계의 아버지’로 불린다. 다수의 저서를 집필해 1998년 ‘올해의 맥주 작가’로도 선정됐다.
그가 2008년 만든 시서론은 전 세계 수제맥주 열풍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50개국에서 10만명의 ‘비어 서버’(자격증 소지자)를 배출했다. 아시아에서도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자 그는 25~26일 제주 맥주 양조장에서 열리는 ‘시서론 트레이닝 앤드 테이스팅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서론 강의를 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대니얼스는 “담백한 음식에는 가벼운 라거 맥주가 어울리지만, 맛이 강한 음식엔 오히려 풍미가 깊은 맥주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불고기나 갈비엔 간장 양념 풍미를 살려주는 스타우트(에일 방식으로 만든 흑맥주)나 브라운 에일이 제격이고, 탕수육을 먹을 때는 새콤달콤한 소스와 어울리는 플렌더스 레드 에일(벨기에식 사우어 맥주)이 어울린다”며 “(맥주 전문가가 아닌) 램지가 (자신이 모델로 활동 중인) 광고를 의식해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대니얼스는 “맥주와 음식의 종류와 맛이 매우 다양한데, ‘라거’라는 한 가지 종류가 한식과 모두 잘 어울린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수제맥주는 맛이 다양하기 때문에 음식과 즐길 수 있는 범위가 넓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헬스케어 다국적 기업 애봇(ABBOT)에서 일해 왔다. 대학생 때 취미로 시작한 홈브루잉 맥주가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면서 홈브루잉 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다,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양조협회(BA)로 이직했다.
그는 마케팅 담당자로 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맥주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레스토랑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원들이 기본적인 맥주 지식도 모른 채 맥주를 관리하고 서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식당에는 손님이 맥주를 맛있게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9년간의 협회 생활을 접고 ‘시서론’ 개발에 집중했다. ‘비어 서버’는 최적의 상태와 최상의 조건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품질을 관리하고 어울리는 음식도 추천해 줘 기존 자격증과 차별화했다.
글·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8-01-2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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