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소감] 함윤이
함윤이
올해의 나는 아주 많은 실패를 했다. 하루는 자리에 앉아서 1년간 맞닥뜨린 실패의 목록을 적어 보았다. 다 적고 나니 그것들이 무척 소중하게 여겨졌다.
여러 개의 삶을 스치(기라도 하)려면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쳐야 한다. 그 사실을 나날이 깨닫고 있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했다. 그에 답해 준 은정과 슬기, 윤화, 보람, 양운석님과 용춘란님께 감사드린다.
고마운 사람들이야 끝없이 많다. 언제나 그렇다. 곳곳에서 제 삶을 씩씩하게 살아가는 가족과 친구들, 그 사람들이 건네준 선의 혹은 먹을거리 덕분에 무사히 살아올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좋은 글을 제쳐 두고 내 글을 먼저 읽어 주던 세윤, 그리고 몇 년 내내 지치는 기색 없이 나의 글들을 살펴준 정소영 작가에게는 어떻게 해야 이 고마움을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래전 나는 서호필 선생님에게 말했다. 고작 한 명분의 삶에서도 맘대로 되지 않는 일이 너무나 많아서 무서우니 다른 이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일은 관두고 싶어요. 선생님은 내 말을 듣고 조금 우셨다. 다음날 아침에는 어느 소설을 인용한 반 장짜리 글을 가져와 반 아이들 모두에게 나눠 주었다. 그 글을 모두 옮기기에는 지면이 충분하지 않다. 어쨌거나 그 글자들이 나를 녹여 주었다. 글자들은 언제나 그랬다.
■함윤이 ▲1992년 인천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극작과 서사창작 전공 졸업
2022-01-03 3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