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만나는 문화재 이야기] 창의성·공정경쟁이 만든 ‘둥근 지붕의 美’

[그림으로 만나는 문화재 이야기] 창의성·공정경쟁이 만든 ‘둥근 지붕의 美’

입력 2019-01-06 22:44
수정 2019-01-0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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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꽃 ‘두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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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는 이름만큼 둥글둥글하다. 대성당의 뾰족한 지붕이 주는 위압감이 없다. 피렌체에서 시작된 르네상스의 산물이자 도심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1982)된 피렌체 여행의 중심이기도 하다.

피렌체 두오모의 본래 이름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라는 뜻이다. 두오모는 영어로 돔을 뜻하지만 이탈리아어로는 대성당을 뜻한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1296년부터 지어지기 시작해 1436년 완성됐다. 건축 기간이 길어진 것은 지붕이 없는 상태로 120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고딕 양식으로 성당의 몸체를 지었지만 지름 42m나 되는 거대한 지붕을 완성할 건축 기술이 당시엔 없었다. 경쟁도시인 시에나가 화려하고 웅장한 대성당을 완공한 후여서 피렌체는 색다른 성당이 필요하기도 했다.

이때 나타난 건축가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다. 금공예가였던 브루넬레스키는 두오모의 지붕 즉, 큐폴라 설계 공모에서 우승했다. 당시 비주류였던 그가 선정된 것도 논란이었지만, 두오모가 그의 첫 건축 작품이라는 점은 더욱 놀랍다. 공정 경쟁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피렌체의 시민정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첨탑으로 대표되는 고딕 양식은 이미 유행이 지나버린 시기라 브루넬레스키는 고대 판테온의 둥근 지붕에서 영감을 받아 두오모 큐폴라를 설계했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전통을 부활시키는 르네상스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두오모는 140년 동안 지어진 덕택에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건축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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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두오모에서 피렌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조토의 종탑’과 두오모 지붕인 ‘큐폴라’ 두 군데다. ‘조토의 종탑’으로 오르는 계단은 414개, 큐폴라는 464개. 이 중 하나를 추천하라면 브루넬레스키의 건축 기술을 더듬어 볼 수 있는 큐폴라 계단이다. 계단수만큼 등반 난이도는 더 높다.

큐폴라는 지붕이 두 겹인데 그 틈새에 좁은 계단을 설치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나선형의 돌계단을 뱅그르르 돌며 올라가다가 갑자기 가파른 계단이 나타나면 꼭대기에 가깝다는 뜻이다. 계단은 매우 좁은 일방통행이어서 아무리 다리가 후들거려도 유턴을 하거나 포기할 수 없다. 따라오는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페이스에 맞춰 올라가야만 한다.

한 줄기 빛이 드러날 때쯤 큐폴라의 꼭대기에 다다른다. 두오모를 중심으로 피렌체 거리가 방사선으로 펼쳐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만개한 꽃이다. 피렌체(Firenze)라는 도시명이 ‘꽃 피는 곳’이란 뜻의 ‘플로렌티아’(Florentia)에서 유래한 이유를, 숨을 헐떡이면서 이해하게 된다.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2019-01-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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