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예술가 모지민 다큐
‘발레리나’ 꿈꾸고 한예종 진학
폭행과 조소에 삶의 목표 잃어
운명처럼 ‘드래그쇼’ 만나 새 삶
무대가 주는 신명으로 매일 버텨
“날 억압하던 것 부수고 美 추구
괴로움, 아름다운 결과가 보상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는 퀴어 작품이라기보단 변방에서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해 버틴 아티스트 모지민의 성장기에 가깝다. 영화는 단순히 개인의 일상을 좇지 않는다. 중간중간 삽입된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사진)은 화려한 의상, 메이크업, 퍼포먼스를 황홀하게 담아내 아티스트 모어의 진면목을 보여 주며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무대 뒤 화장을 지운 그의 모습은 말갛고 단단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최근 서울신문과 만난 모지민은 “남에게 보여 주고 싶은 나와 숨고 싶은 내가 공존한다”며 “둘 다 내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엣나인필름 제공
의외의 말이었다. 쏟아지는 조명 아래 온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에 무아지경이란 이런 걸까 했는데 정작 본인은 고통의 시간이었단다. “매일 코미디언처럼 억지로 웃으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극한 직업이었다”는 그의 말에선 드래그 쇼의 화려함도, 연기의 아름다움도 아닌 직업인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트랜스젠더 아티스트 모지민의 얘기다.
23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감독 이일하)는 자신에게 모어라는 이름을 붙인 인간 모지민을 다룬 작품이다. 모어는 ‘더’라는 뜻의 영단어(More)이자 ‘털 난 물고기’(毛魚)란 뜻이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 지난달 에세이를 펴내고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 공개까지 앞둔 모지민은 최근 서울신문과 만나 “고난, 역경, 허허벌판, 망망대해 같았지만 아름다운 결과가 모든 걸 다 보상해 주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남 무안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한 ‘끼순이’였다. 발레리노가 아닌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지만 “서울 사람들이 시골 사람보다 세련됐을 것이란 기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날 산산이 부서졌다. 한 선배가 ‘여성성을 버리라’며 주먹을 후려갈겼다. 모지민은 “난 왜 이렇게까지 고통받아야 하는 걸까, 욕창의 구더기 같았죠.” 비관적인 생각에 스스로 목숨까지 끊으려 했다.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는 퀴어 작품이라기보단 변방에서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해 버틴 아티스트 모지민의 성장기에 가깝다. 영화는 단순히 개인의 일상을 좇지 않는다. 중간중간 삽입된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사진)은 화려한 의상, 메이크업, 퍼포먼스를 황홀하게 담아내 아티스트 모어의 진면목을 보여 주며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무대 뒤 화장을 지운 그의 모습은 말갛고 단단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최근 서울신문과 만난 모지민은 “남에게 보여 주고 싶은 나와 숨고 싶은 내가 공존한다”며 “둘 다 내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엣나인필름 제공
그럼에도 드래그 쇼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는 “과장된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반짝이는 의상에 높은 하이힐을 신은 순간 작두 타는 것처럼 신명 났다”고 표현했다. 공연 때 많이 하는 말은 “싸그리 바그리 아그리 파탄내 주자”다. “힐을 신고 가서 날 괴롭혔던 모든 것들을 잘근잘근 밟아야지 생각하죠. 드래그 쇼는 내가 갖고 있던 분노, 억압에 대한 표출이자 극한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예요.”
모지민은 스스로를 ‘남자도 여자도 아닌 인간’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나는 그냥 나일 뿐”이라며 “게이인지 트랜스젠더인지 끊임없이 대답해야 하는 게 이상하다. 여자든 남자든 중요한 게 아니고 인간으로서 아름답고 싶다”고 했다. ‘모어’라는 예명도 특정 성별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을 강조한 것이다.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는 퀴어 작품이라기보단 변방에서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해 버틴 아티스트 모지민의 성장기에 가깝다. 영화는 단순히 개인의 일상을 좇지 않는다. 중간중간 삽입된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은 화려한 의상, 메이크업, 퍼포먼스를 황홀하게 담아내 아티스트 모어의 진면목을 보여 주며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무대 뒤 화장을 지운 그의 모습(사진)은 말갛고 단단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최근 서울신문과 만난 모지민은 “남에게 보여 주고 싶은 나와 숨고 싶은 내가 공존한다”며 “둘 다 내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엣나인필름 제공
엣나인필름 제공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절망 속에 도사리고 있는 희망을 끊임없이 말하는 그는 이미 누군가에겐 또 다른 힘이자 자유다. 영화는 15세 관람가, 81분.
2022-06-2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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