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모두는 잔혹한 본성을 숨긴 채 살고 있다
쾅! 쾅! 쾅! 12월 마지막날 밤 12시 직전. 새해를 기다리며 파티를 하려는 한 부부에게 의문의 사내가 찾아온다. 매일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끌려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공포의 시대. 자신을 비밀경찰이라고 소개한 낯선 손님 ‘비지터’는 서로를 애지중지하는 부부에게 충격적인 비밀을 폭로한다. 서로에게 감추고 있던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이 부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비지터가 죽기 전 자신을 ‘악마’라고 부르는 남편에게 한 말은 곧장 관객에게 돌아와 화살처럼 꽂힌다. “뿔 달리고 불을 내뿜어야 악마라고? 길을 걷다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일 걸. 당신과 전혀 다를 게 없는. 그리고 왜 내가 여기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수백, 수천 곳에 내가 있을지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비지터가 되살아나 무대에 다시 등장하면서 그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된다. 배우들의 촘촘하고 격정적인 대화 사이로 흐르는 피아노 선율은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아제르바이잔을 대표하는 극작가 엘친의 희곡 ‘시티즌스 오브 헬’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영국 작사·작곡가 로런스 마크 위스와 극작가 티머시 냅맨이 만나 재탄생했다. 국내 초연작으로 뮤지컬 ‘아가사’의 김지호 연출·한지안 작가가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부부를 공포에 떨게 하는 비지터는 정원영·고상호가 연기한다. 남편은 ‘고래고래’ 등에서 호연한 배두훈과 최근 남성 4중창 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출연하며 노래 실력을 뽐낸 백형훈, 아내는 ‘넥스트투노멀’의 전성민과 일본 극단 시키에서 활약한 김리가 맡았다. 공연은 2월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4만~6만원. 1666-8662.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7-01-20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