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국가관 전시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전시는 자르디니에 위치한 28개의 상설 국가관, 아르세날레 등에서 열리는 비상설 국가관 전시로 구성된다. 올해는 90개의 국가관이 들어선 가운데 알제리, 가나, 마다가스카르, 말레이시아, 파키스탄이 새롭게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국가관 전시는 본 전시보다 훨씬 이해하기가 어렵다. 자국의 특수한 상황, 역사적 맥락이 가미되기 때문이다. 가끔 자국 홍보 부스처럼 꾸며 놓은 국가관을 들를 때면 거부감이 일기도 한다.
대기 시간만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에 육박했던 프랑스관은 이래저래 시선 끌기에 성공했다. 비영국인 예술가로서 최초로 터너상을 수상했던 여성 작가 로레 프로보(58)가 만든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푸른 심해’는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서로로부터 어떻게 연결돼 있으며 또는 떨어져 있는지 존재의 근원을 묻는다. 깨진 휴대전화, 죽은 물고기 등이 널부러져 있는 ‘오프라인’ 입구에서 시작해 이를 영상으로 재현한 듯한 서사가 흥미롭다.
황금사자상을 받은 리투아니아관의 전시 ‘태양과 바다’는 국가관을 인공해변으로 조성, 기후변화 문제를 일종의 공연처럼 풀어냈다.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작업이 많지만, 표현 방법에 있어 ‘태양과 바다’는 재기발랄하면서도 날카로움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투아니아관은 8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언론·VIP 대상 사전 공개에서도 프랑스관 등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관은 흑인 조각가 마틴 퍼이어(78)의 작품을 전면적으로 내걸었다. 전통 공예에 대한 헌신으로 유명한 작가가 나무와 브론즈, 철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조각품들이 실내외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민주주의와 정체성, 자유라는 이슈가 추동한 거장의 생애가 묵직한 조각품들을 통해 구현됐다.
일본관의 ‘코스모 에그’는 인간과 비인간적 존재들이 우주의 알에서 시작됐다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브라질관은 북쪽 지방 전통춤인 ‘스윙게이라’를 소재로 인종·젠더 갈등을 그린 동명의 영화를 선보였다. 스핑크스, 두루마리 양피지 등으로 내부를 꾸민 이집트관은 너무 뻔한 서사에 자국 홍보관 같은 인상을 줬다.
베니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9-05-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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