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강서경 개인전
감각적으로 배열된 130여 작품투병 중에도 추상 언어로 재해석
전시장 전체가 연대 서사로 읽혀
“수만 마리 꾀꼬리가 풀어진 풍경”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오는 12월 31일까지 열리는 강서경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의 전시장 전경. 평면, 조각, 설치 등 130여점의 작품들로 변화하는 자연과 서로 다른 존재가 공존하는 세계를 빚어냈다.
리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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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
풍경은 전시장에 들어가기도 전 로비에서부터 이미 시야에 가득 들어찬다. 대형 미디어월에서 15분 20초간 선보이는 신작 영상 ‘버들 북 꾀꼬리’에는 검은 사각의 시공간 속 그의 작업이 감각적으로 배열돼 있다. 중력이나 원근의 영향을 벗어난 작품들은 움직임과 어울림, 소리를 통해 관람객의 공감각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산과 초원, 밤과 낮 등을 추상화한 작품들이 한데 어울려 ‘풍경’을 이루고 있다.
리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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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이 서도호, 양혜규, 김범에 이어 한국 작가 가운데 네 번째로 그를 선택한 이유는 이처럼 그의 작업이 전통과 현대, 여기 우리와 세계를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직조해 독창성과 보편성을 모두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2019년),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2018년) 등에서 전시를 활발히 열며 해외 큐레이터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산을 가깝고 친근한 존재로 표현한 ‘산-가을’.
리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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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과 벽에는 낮과 밤이 펼쳐지고 공중에는 커다란 귀가 매달렸다. 제각기 다른 소재와 접근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다정한 광경을 연출한다. 중간중간 여백이 있는 공간을 관람객들이 각자의 동선에 따라 거닐면서 전시장은 또다른 움직임과 이야기로 ‘변주’된다.
철판에 구멍을 뚫고 실을 꿰어 탑처럼 쌓아 올린 ‘바닥’. 거인이나 건축물의 기둥을 연상시킨다.
리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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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준영 리움미술관 전시기획실장은 “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과 그 속에서 관계 맺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한데 녹여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거대하지만 섬세한 풍경이 됐다”면서 “작가는 이를 통해 각자가 불균형과 갈등을 끊임없이 조율하고 온전한 서로를 이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작품세계를 짚었다.
2023-09-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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