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러브
‘퍼스트 러브’
피의자의 외모를 평가하는 기사 문구부터, 간나를 비롯한 가족의 모든 신원을 노출하는 한심한 보도가 이어진다. 그러한 작태에 화가 치민다. 패륜은 마땅히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저버리는 행위를 뜻한다. 그렇다면 이들 또한 패륜 매체가 아닌가. 하지만 이 영화가 겨냥하는 주제의 초점은 다른 데 맞춰져 있다. 화는 좀더 눌러두었다가 후반부에 한꺼번에 터뜨리자. ‘퍼스트 러브’는 진범이 간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는 반전을 꾀하는 추리극이 아니다. 살인이든, 과실 치사이든 그녀가 혐의를 피할 길은 없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이러한 단순한 태도의 정반대편에 서서 영화 등의 예술은 섬세한 태도를 가지려고 애쓴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이면을 바라보려는 노력이다. 이 작품에서는 유키(기타가와 게이코)가 그 역할을 맡는다. 그녀는 상담 심리사의 입장에서 간나 본인도 알기를 거부하는 진실에 접근하고자 동분서주한다. 물론 쉬울 리가 없다. 간나는 스스로를 거짓말쟁이라고 하면서 진술 자체에 의심을 갖게 만든다. 다만 어린 시절부터 그랬으리라 추측되는, 손목에 남은 무수한 자해 흔적이 그녀가 겪은 말 못할 아픔의 시간을 증명할 뿐이다.
“마음의 왜곡을 영화라는 것을 통해 마주하고 싶었다”고 감독 쓰쓰미 유키히코는 밝힌다. 등장인물의 마음이 왜곡될 수밖에 없던 까닭과 맞닥뜨리면, 관객으로서는 쌓인 화를 더 참지 못할 것이다. 패륜은 대부분 교묘하고 은밀하게 일어난다.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2018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동명의 원작 소설을 읽어도 좋겠다. 비뚤어진 마음일수록 여러 각도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간나만이 아니다. 유키와 우리도 그렇다. 16일 개봉. 15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2022-05-1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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