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당선소감] 詩가 준 위로, 나눌 수 있어 기쁘다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당선소감] 詩가 준 위로, 나눌 수 있어 기쁘다

입력 2017-12-31 17:18
수정 2017-12-3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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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10년 후 내 모습 같은 걸 그려보는 일은 어려웠다. 계획은 늘 틀어졌고, 예상치 못한 일은 자꾸 찾아왔다. 오늘을 무사히 견디자는 목표만이 살아남았다. 물론 자주 실패했다. 발밑이 무너지거나, 흩어진 나를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가만히 울면서 오늘을 보낼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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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2018 서울신문 신춘문에 시 당선자
박은지 2018 서울신문 신춘문에 시 당선자
그런 날엔 시의 힘을 빌렸다. 시를 읽거나 쓰면 내가 덜 초라하게 느껴졌고 덜 외로웠다. 시를 써야 내가 ‘나’ 같았고, 가끔은 근사해 보이기까지 했다.

잘 쓰고 싶었고, 좋은 시를 쓰고 싶었으나 이 또한 자주 실패했다. 그냥 쓰는 수밖에. 시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을 버리고 그냥 쓰는 수밖에. 그러던 오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10년 후 만난 내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 오늘도 내일도 시의 힘을 빌려야지. 이 힘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어 기쁘다.

우리 엄마 허경숙, 엄마의 사랑으로 제가 살아 있습니다. 행복의 밀도를 높여주는 우리 가족, 특히 조카 박지성 고맙고, 사랑합니다. 우리는 더 많이 행복해져야 합니다.

끝까지 저를 지켜봐 주신 박주택 교수님,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김종회 교수님을 비롯한 경희대 국문과 교수님들, 프락시스연구회와 경희문예창작단, 현대문학연구회 선후배님들이 계셔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경환, 승원, 은영, 규진 더 많은 밥과 술을 함께합시다. 나의 가장 큰 위로인 의룡,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고마워.

끝으로 이문재 선생님, 나희덕 선생님 감사합니다. 부족한 제게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셨습니다. 많이 웃고 많이 울며 계속 쓰겠습니다.

■박은지 ▲1985년 서울 출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18-01-01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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