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들이 고른 ‘공연장 피아노’ 이야기
이진상·손열음·임동혁 등 구입 단계부터 도움
예술의전당 주문 제작한 스타인웨이 조성진 첫 연주
지난해 11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리사이틀을 갖고 연주하고 있다. 조성진이 연주용으로 선택한 피아노는 예술의전당이 지난해 9월 구입한 새 피아노로 조성진이 첫 연주자가 됐다.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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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들에겐 늘 다른 악기로 최상의 연주를 만들어야 하는 숙명이 있다. 블라드미르 호로비츠가 피아노를 비행기에 싣고 다녔다는 일화도 유명하지만 대다수 연주자들은 맨몸으로 공연장에서 악기를 만난다. 주요 공연장에 연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인웨이 콘서트용 풀사이즈(D274)가 놓였지만 악기마다 음색이 크게 달라 ‘피아노 고르기’는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지난 25일 리사이틀을 하루 앞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피아노를 꺼내 연주용 피아노를 고르는 모습.
마스트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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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안드라스 쉬프 등 거장들은 2005년 구입한 571318 피아노를 주로 선택했다. 예술의전당 이수미 무대감독은 “115는 어린아이 목소리처럼 또랑또랑하고 맑은 음색을 내고, 318는 중후한 멋이 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이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등을 연주할 때 특히 잘 어울리게 들렸다”고 설명했다.
예술의전당이 지난해 9월 구입한 스타인웨이 피아노 안쪽에 프린팅 방식으로 새겨진 ‘예술의전당 후원회’ 문구. 피아노 공정 과정도 달라진다고 해 주문 제작이 이뤄졌다. 기존에는 이미 완성된 피아노를 독일 본사에 가 연주자가 직접 타건해 보고 고르는 방식으로 피아노를 구입했다.
예술의전당 유튜브 화면 캡처
예술의전당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해 12월 20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김선욱 듀오 리사이틀. 김선욱은 이전 무대에서 사용한 피아노를 결정했다가 바이올린과의 화음이 더 중요하다며 리허설 과정에서 악기를 교체했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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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는 스타인웨이 3대와 파치올리 F278, 야마하 C7를 각 1대씩 갖고 있다. 모든 공연장이 그렇듯 최적의 상태에서 연주가 되도록 조율을 해두는데 2018년 첫 내한공연을 가진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가 특히 매우 집요하고 꼼꼼하게 세밀한 부분까지 음에 맞도록 조율사에게 요구했다. 반면 조성진은 지난해 스타인웨이 2대를 한 번씩 쳐보고 곧바로 연주용을 골랐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놓인 피아노. 스타인웨이 콘서트용 풀사이즈 D274 피아노는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선호하는 악기로 꼽힌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롯데콘서트홀 제공
같은 악기도 연주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금호아트홀 연세에서는 2009년 광화문 시절부터 함께한 스타인웨이보다 2015년 신촌 시대를 열며 구입한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더 명료하고 깔끔한 소리를 낸다고 연주자들이 좋아했는데, 2019년 12월 세르게이 바바얀은 2009년 피아노를 골랐다. 금호아트홀 관계자는 “그 피아노가 그렇게 예쁜 소리를 낼 수 있었느냐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무대를 갖는 연주자들 중엔 피아노를 고를 때 “조성진, 백건우 선생님이 연주하신 게 무엇이냐”는 질문도 많다고 한다. 공연장 측에선 특정 피아노만 사용하지 않고 프로그램 선곡과 분위기에 따라 적절히 고를 수 있도록 조언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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