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그 현상

[내 책을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그 현상

입력 2010-01-30 00:00
수정 2010-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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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레프트 리뷰 2】

어째서 한국의 진보 세력은 프랑스나 영국과 같은 중심부 진보 세력의 담론에 압도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일까. 사회적 정치적 조건은 동남아나 남미 지역과 훨씬 더 닮은 점이 많은데 말이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빠다 냄새’ 풍기는 어설픈 서구주의를 면치 못하면서 삶이 피곤한 현실의 다수 대중과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또 이름 거창한 서구의 좌파 저널 하나를 들여오는 것이 과연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뉴 레프트 리뷰’는 1960년 영국에서 창간된 이후 영어권의 진보 세력 나아가 서구 좌파 진영 전체의 담론 형성에서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져왔던 잡지이다. 하지만 80년대 아니 그 이전부터 줄줄이 한국 사회를 덮쳤던 외국 사조의 여러 물결들의 유입에 한 물결 덧붙여 보자는 것은 한국판 뉴 레프트 리뷰를 꾸린 우리 편집진의 의도가 아니다. 그동안 명멸했던 진보 계통의 저널들은 무수히 많았고, ‘먼슬리 리뷰’나 ‘소셜리스트 레지스터’와 같이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뉴 레프트 리뷰는 그 쟁점과 시각의 발굴과 개발의 역동성이라는 점에서는 탁월하다.

2000년 재창간-판형과 편집 레이아웃 등이 바뀌었다-이후 지금까지 나오고 있는 ‘뉴 시리즈’는 공산주의의 몰락과 냉전의 종식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창궐이라는 새로운 세계적 상황에 맞추어 기존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좌파 세력의 미래에 유의미한 쟁점과 문제 의식을 찾아나가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이렇게 ‘서구의 선진적 사조를 배운다’는 하릴없는 신화가 아니라, 탈냉전 이후 동시대를 살면서 막힌 길을 뚫고자 몸부림치는 다른 지역의 진보 세력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거기에서 어떤 참조점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 의식이 작년의 1권 이후 한국판 편집의 기본적 자세이다. 이번 2권(길 펴냄) 또한 그러한 원칙을 붙잡고 준비하였다. 지난해 경제 위기 이후 일대 기로에 서게 된 지구적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어떠한 논리적 내적 모순에 당착하였는가, 또 지구 각 부분에서 어떠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가를 담아내는 글들이 절반을 차지한다.

그중에는 자본주의의 장기적인 불황과 하락을 주장한 로버트 브레너의 저서에 대한 특집으로 미국, 유럽,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논평 3편이 실려 있다. 변동을 겪고 있는 지구적 신자유주의 체제의 또 하나의 기둥인 군사적 구조를 조망하기 위해 핵확산 금지조약(NPT)에 관련된 특집도 담고 있다.

3부에서는 예전에 출간된 글들까지 뒤져 인권과 문화 이론에 대한 글들을 묶어 놓았다. 데이비드 하비나 프레드릭 제임슨과 같은 ‘빅 네임’들이 보이지만, 이번 호에 특히 돋보이는 것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탁월한 정치경제학자요 경제사가였던 조반니 아리기의 인터뷰이다. 반 세기 동안 지구적 자본주의의 궤적을 포착하려고 한평생을 보낸 학자가 현재 시점에서 토로하는 지구적 자본주의의 전망은 지적으로 실천적으로 깊은 울림을 전해 준다.

홍기빈 길 편집위원·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장
2010-0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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