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커피’는 달콤한 사탕발림

‘착한 커피’는 달콤한 사탕발림

입력 2010-02-13 00:00
수정 2010-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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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규석의 윤리적 소비】천규석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지난해 말, ‘공정무역 커피’를 앞세운 ‘착한 소비’ 마케팅이 화제가 됐었다. ‘착한 초콜릿’ ‘착한 여행’ 등으로 이름 붙여진 신상품들도 뒤를 이어 쏟아졌다. 생산자는 유통단계를 대폭 줄인, 직거래에 가까운 판매를 통해 상품 가격을 20~30% 정도 더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다국적 기업의 농산물과 달리 소농가에서 생산하는 친환경적인 제품을 살 수 있어 득을 본다.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서로가 ‘윈-윈’하는 이른바 ‘윤리적 소비’다.

누구에게나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형태의 무역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이마저 “어림없는 소리”라며 쓴소리를 퍼부은 책이 출간됐다. ‘천규석의 윤리적 소비’(천규석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와 서울대 미대를 나온 저자는 고향에서 농사지으며 도시와 농촌의 직거래를 모색하고 있다. 그래서 ‘농사꾼 철학자’로 불린다.

그는 ‘공정무역’조차 교묘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요즘 세상은 하도 비정상이 정상인 듯 판을 치다 보니 그 비정상과 약간만 차별화한 것만으로도 특별대접을 받으려 한다. ‘공정무역’ ‘착한 커피’ 등으로 이름 붙인 신상품들이 대표적인 것이다. 똑같은 에너지를 낭비, 파괴하고 그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내놓는 국제무역이면서, 생산자에게 주원료 값만 조금 더 주고 사다 가공해서 판다고 공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통박한다. 저자는 아울러 “만성적 식량부족 국가인 제3세계의 커피원두 생산농민에게 돈 조금 더 주었다고 ‘착한 커피’가 될 수는 없다.”며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이들을 세계시장(다국적기업)에 종속시키는 것보다 (식량)자립도를 높여줄 새로운 방책을 찾아주는 게 보다 ‘근본적인 윤리’가 아니겠느냐.”고 되묻는다.

이처럼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은 ‘공정무역’에 기반한 ‘윤리적 소비’의 위선을 꼬집고, ‘자급자족 소비’만이 최선의 윤리적 소비임을 확인하는 것이다.1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0-02-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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