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나치정권 속 개인을 들여다보다

무자비한 나치정권 속 개인을 들여다보다

입력 2014-10-11 00:00
수정 2014-10-1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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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일인 이야기:회상 1914~1933/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이유림 옮김/돌베개/376쪽/1만 6000원

1914년 8월 1일 발트해 연안의 힌터포메른의 영지에서 가족과 함께 꿈 같은 휴가를 보내던 일곱 살 소년 제바스티안 하프너는 전쟁의 발발로 갑자기 짐을 싸야 했다. 아끼던 말 ‘한스’와 ‘바흐텔’마저 예비 병마로 징발되는 아픔과 휴가를 망쳐버린 소년의 실망은 잠시뿐, 축구에 열광하듯 그는 이내 전쟁에 빠져들어 전장에서 들려오는 승전보에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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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어린이가 사춘기 소년이 되어 불의에 눈을 뜨고, 자유분방한 사랑을 나누는 스물여섯 청년으로 성장하지만 나치의 횡포 속에 개인의 삶이 무너지고 희망이라곤 가질 수 없는 조국을 등지기로 결심한다.

‘어느 독일인 이야기’는 독일 국민작가 하프너가 남긴 1914년부터 나치가 정권을 장악하는 1933년까지의 기록이다. 개인의 성장기이자 자전적 에세이인 동시에 독일인들이 어떻게 나치에 열광하거나 침묵하면서 공멸의 길에 발을 들여놓았는지 관찰, 분석, 전망한 역사서이기도 하다. 그가 독일을 떠나 영국에 정착한 지 1년 뒤인 1939년 집필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유족에 의해 발견돼 2000년 첫 출간됐다.

하프너는 독일을 뒤흔들었던 역사적·정치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얘기하지만 그보다는 자기 자신을 비롯한 동시대의 내면 풍경에 더욱 주목한다. 1부 프롤로그는 1914년부터 1932년까지 18년간의 기록인 반면 2부와 3부에는 나치가 정권을 거머쥔 1933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법과대학을 갓 졸업하고 법원에서 연수생으로 일하던 그는 히틀러와 나치즘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미시적 관점에서 생생하게 그린다.

‘난폭한 권력을 휘두르는 무자비한 국가’와 ‘작고 이름 없는 개인’의 결투를 기록한 하프너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사람들의 삶에 남긴 흔적을 이해하지 못하면 나중에 일어난 일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4-10-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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